휴직 460일째, 민성이 D+709
아내와 나는 배우자운과 자식운, 그 외 다른 운도 있는 편인데 확실히 여행운은 없다. 놀러 가려고만 하면 비가 온다. 육아휴직을 하고 민성이를 데리고 떠난 여행 대부분이 그랬다.
당초 올해 우리는 제주도로 여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아내는 진즉에 비행기표와 호텔, 렌터카까지 모두 예약을 해두었다. 장모님과 처제도 함께 가려고 했는데,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또다시 코로나가 터졌다.
눈물을 머금고 모든 예약을 취소한 뒤 다시 아내가 찾은 곳은 전북 진안의 한 펜션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제주도 여행을 물렸으니 그녀가 장소 선정에 가장 고민한 것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지였다.
일단 진안은 제주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관광지였다. 그리고 그녀가 찾은 펜션은 계곡을 낀 산 중턱, 한적한 곳에 자리했는데, 모든 숙소가 독채여서 투숙객들 간에 동선이 부딪힐 일이 없었다.
코로나에 다들 여행을 삼간다지만 7말 8초의 극성수기라 사실 이곳도 어제 하루만 빼고 모두 예약이 차있었다. 누군가 예약을 취소한 게 아닐까라고, 아내와 나는 추정했다.
장모님은 전날 미리 대구에서 군산으로 오셨고, 어제(3일) 오전 다 함께 장을 본 뒤 진안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아내와 내 최대 관심사는 날씨였다. 비가 오다 말다 했는데, 가끔은 정말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가는 길에 사장님한테 전화를 해서 비가 와도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긴 비 안 와요."
군산에서 1시간 반을 달려 펜션에 도착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비가 거세게 쏟아졌는데 거짓말 같이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친 건지, 정말 펜션 일대에만 비가 안 온 건지, 펜션 사장님이 웃으며 말할 만했다.
차에서 짐을 꺼내 숙소에 내려놓으니 제법 놀러 온 분위기가 났다. 펜션도 마음에 들었다. 계곡물이며 풀밭이며 민성이가 놀 곳도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예정보다 많이 간소해진 여름 휴가였지만, 그래도 오길 잘했다 싶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