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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04. 2021

민성이의 여름휴가(2)

휴직 461일째, 민성이 D+710

'아빠, 먼저 가있을게요. 천천히 따라오세요.' / 2021.8.3. 용담호 자연생태습지공원 


계곡물은 수영장과는 달랐다. 확실히 물이 찼다. 거기에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날까지 흐려서 과연 민성이가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차를 타고 1시간 넘게 달려왔는데 빈 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민성이는 수영복을, 아내와 나는 수영복처럼 생긴 전투복을 입고 펜션 옆 계곡물로 돌진했다.


마침 물이 민성이 무릎에 닿을랑 말랑했던, 그가 놀기에 적당한 장소가 있었다. 처음엔 물을 경계하는 듯했지만 역시 민성이는 금방 적응했다.


아이는 제 손바닥만 한 물뿌리개로 물을 퍼서 장난감 트럭 짐칸에 쏟아붓기를 무한 반복했다. 아내는 민성이를 챙기느라, 장모님과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다.


1시간이나 놀았을까. 슬슬 정리해야 하나 싶을 때쯤 빗방울이 떨어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물놀이는 힘들 뻔했다. 물놀이는 애고 어른이고 모두를 허기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씻고 나와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숯불에 불을 켠 뒤 석쇠에 고기를 올렸다. 가만히 앉아 석쇠 위의 고기를 보며 멍을 때린다. 파라솔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렇게 밖에 나오면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어야 놀러 온 분위기가 난다. 


다음날 아침, 시계 알람보다 더 정확한 민성이는 어김없이 6시에 일어났다. 전날 아이를 재우고 테라스에 앉아 캔맥주를 딴 우리 부부도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를 따라 기상했다.  


아침밥까지 모두 챙겨 먹었는데 시간은 겨우 8시였다. 체크아웃을 하기엔 시간이 일렀고, 물놀이를 하기엔 날이 찼다. 인터넷을 켜고 주변 관광지를 뒤적였다.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생태습지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공원엔 연꽃이 가득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잔 데다 씻지도 못한 채 차에서 내렸는데, 순식간에 피로가 달아나는 풍광이었다. 나도 나지만 아내와 장모님이 특히 좋아했다. 민성이는 뭐, 어딜 가든 좋아하니까.


생각보다 공원 가는 길이 멀어 숙소에 돌아오니 거의 체크아웃 시간이었다. 1박 2일은 너무 짧았다. 너무 좋아서 아쉬운 여름휴가였다. 숙소를 나서며 다음엔 더 길게, 민성이 손을 잡고 또 놀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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