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Aug 06. 2021

육아 공동 전선(1)

휴직 463일째, 민성이 D+712

'냠냠냠. 아빠, 이거 다 마실 때까지 말 시키지 마세요. 지금 바쁘니까요.' / 2021.8.5. 우리 집


어제(5일)는 내 육아휴직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몸과 마음이 편안한 하루였다. 일단 호환마마보다 무서웠던 민성이 방학이 끝났다. 


그도 내 마음과 같았나 보다. 무려 일주일 만에 찾는 어린이집이니 안 가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웬걸,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어린이집 안으로 쏙 들어갔다.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여유롭게 집 정리를 시작했다. 아이가 방학하기 전엔 가끔 귀찮게도 느껴지던 집안일이었건만, 이게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다니. 역시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고 안 가고는 엄청난 차이였다.


어제 내겐 또 하나의 큰일이 있었다. 얼마 전 '호락호락(好樂好樂)'이라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를 위한 뉴스레터 서비스 팀에서 메일을 받았다.


요컨대, 이 팀에선 카카오톡의 새 음성 대화방 프로그램 '음(mm)'을 통해 다른 부모들과 허심탄회하게 '육아 토크'를 나누는 모임을 기획 중인데, 나를 스피커 중 한 사람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거였다.


비단 그들은 나뿐만 아니라 브런치에서 육아를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몇 명에게 요청을 보낸 것 같았다. 내로라하는 육아 고수분들 앞에서 명함이나 내밀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섭외에 응하기로 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나도 이젠 조금씩 복직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 어떤 형태로든 동굴 밖으로 나올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았다. 


생전 처음 보는 이들과 메일이나 문자가 아닌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게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생각해보면 1년 5개월 전엔 매일 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다시 불편함에 편해질 때가 됐다.


약속했던 시간은 오전 11시. 부랴부랴 집안일을 마무리한 뒤 10분 전에 핸드폰과 패드에 어플을 설치하고 자리에 앉았다. 몇 개의 대화방을 넘기다 마침내 '호락호락한 육아 대화방'을 발견했다. 침을 한 번 크게 삼키고, 대화방을 클릭했다(계속). ###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가 하나인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