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64일째, 민성이 D+713
대화방의 주제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와 이전 세대 부모의 차이점, 즉 나의 육아와 내 부모님의 육아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서였다.
그날 '호락호락(好樂好樂)' 육아 토크는 2회차였는데(육아 공동 전선(1)), 나는 이번에 처음 참여했다는 이유로 영광스럽게도(?) 첫 번째 스피커로 당첨되었다.
순간 학창 시절 수학 선생님에게 호명돼 칠판 앞으로 불려 온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어색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한 번 입을 여니 봇물 터지듯 말이 쏟아졌다.
85년생,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로 이름 붙여진 나의 육아와 5060세대인 부모님의 육아. 부모님 지근거리에서 1년 넘게 육아휴직을 하다 보니 분명 차이가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차이의 핵심은 희생의 정도다. 부모님은 확실히 나보다 더 헌신적이다. 반면 나는 민성이를 보살피는 것만큼이나 나를 보살피는 것도 중시 여긴다. 일과 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
부모님은 매사에 늘 자식을 우선하셨지만, 글쎄, 나는 자신이 없다. 민성이의 삶만큼이나 내 삶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민성이한테도 더 유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엄마는 내 앞에 짜장면 그릇을 내밀면서 당신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 역시 민성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겠지만, 가능하면 아이 옆에서 나도 먹고 싶다. 나도 짜장면 좋아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대면하진 않았지만, 육아인들과 함께 부모와 아이,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을 주고받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날 나는 어린이집을 다녀온 민성이와 신나게 놀았다. 퇴근한 아내와도 유쾌하게 대화를 나눴다. 육아는 확실히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덜 힘들고, 더 즐겁다. 육아 공동 전선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