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65일째, 민성이 D+714
곧 있으면 민성이 두 돌이다. 휴직 전엔 제대로 앉지도 못하던 생후 8개월짜리가 참 많이도 컸다. 이제 그는 걷고 뛰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고 기저귀를 가져올 줄 안다. 할 줄 아는 걸 나열하면 끝이 없다.
끝이 없기는 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숟가락과 포크를 쓸 줄 알지만 여전히 맨손으로 밥을 집어먹을 때가 많고, 대소변을 가리는 건 아이나 우리나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민성이는 여전히 말을 못 한다. 물론 그가 할 줄 아는 단어는 확실히 늘었다. 최근 생태원을 뜻하는 '생태'를 외친데 이어(악어와 생태(원)), 최근엔 '북극'과 '택배'를 말했다. 아니, 따라했다.
하지만 단어와 단어를 이어 말하는 건 잘 못한다. 할 줄 아는 동사도 없다. 그나마 조금 흉내라도 내는 말이 '주세요'인데, 이마저도 매끄럽진 않다.
민성이가 나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할 때는 간식을 달라고 할 때다. 하루 중 가장(혹은 유일하게) 내 말을 잘 들을 때다. 간식을 아이 그릇에 놓아주기 전에 난 말한다. "민성아, '아빠 주세요' 해야지."
그럼 민성이가 말한다. "아빠, 주! 요!" 네다섯 번 아이에게 말을 구걸하다 보면 한 번 정도 내가 뜻하는 바와 비슷하게 말한다. 요즘 내가 민성이를 보며 제일 공을 들이는 작업이다.
아내 역시 일상에서 조금씩 민성이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아이와 놀아주면서 그가 손가락으로 장난감을 가리키면 그게 뭔지 말을 해야 가져다주는 식이다.
척하면 척, 뭐든 눈길만 보내도 해결해주던 엄마가 갑자기 뭉그적거리니 아이 입장에선 답답할만하다. 민성이도 말하려고 노력하는 게,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게 느껴진다.
민성이가 말이 많이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조바심이 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젠 그도 우리도 예전보다 더 노력해야 할 때라는 생각은 든다. 말이 터지면 무섭게 는다는데, 터질듯 터지지 않는 그의 말문은 지금 어디쯤 와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