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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13. 2021

아빠의 알고리즘

휴직 470일째, 민성이 D+719

'저는 과일을 먹을 때 한 가지만 먹으면 영 심심하더라고요.' / 2021.8.11. 어린이집


예상대로 육아 동지들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이제 2회 차에 불과했지만 이 모임이 내 휴직 라이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어제(12일) 주제는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생기는 일'이었다(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나는 아빠의 육아가 엄마의 육아에 비해 다소 거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그래서 분명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호락호락 육아 대화방엔 나처럼 '애 보는 아빠'들이 많다. 어떤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산과 들을 오간다 했고, 또 어떤 아빠는 아이와 게임을 하되 봐주지 않음으로써 인생의 쓴맛(?)을 경험시켜 준다고 했다. 


10분 같았던 1시간이 지나고 나는 다시 홀로 집에 남겨졌다. 점심을 먹고, 중국어 숙제를 다했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헛헛한 마음에 아이패드를 열고 유튜브를 켰다.


육아인들과의 대화가 끝난 직후라 그랬을까. 자연스레 '육아의 신'이라 불리는 오은영 박사님 영상을 필두로 여러 육아 관련 콘텐츠에 눈이 갔다. 


역시 유튜브가 무서운 건 알고리즘 때문이다. 동영상 하나를 보고 나면 어떻게 그리도 내 마음을 잘 아는지 새로운 동영상을 추천해줬다. 그것도 이전보다 마음에 더 쏙 드는 걸로. 


오 박사님을 비롯한 육아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마음이 뜨끔했다. 그래, 나도 민성이를 타이를 때 단호하되 따뜻해야 대해야 하는데, 난 왜 두 돌도 안 된 아이 앞에서 그리도 감정만 앞세웠을까, 반성해본다.


5살 딸이 자폐 스펙트럼 증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오열하는 엄마를 보고선 나도 오열했다. 휴직을 쓰기 전이라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정도로만 끝났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이제 그럴 수 없다. 난 변했다.


조금만 더 보자 했는데,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민성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됐다. 육아휴직 1년 5개월 차, 이젠 유튜브에서 육아와 교육 영상이 내 최애 콘텐츠가 됐다. 내일은 무슨 추천 영상이 날 기다릴까. 벌써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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