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71일째, 민성이 D+720
정확히 한 달 후면 육아휴직 500일이다. 개월 수로는 1년 하고도 4개월이 조금 넘는다. 생후 8개월이었던 민성이는 이제 두 돌이 지났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곳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적어놓았다.
난 회사에 육아휴직을 2년 신청했다. 휴직기간을 늘리는 건 복잡해도 줄이는 건 간단하기에, 혹시 몰라 넉넉히 신청해두었다. 우리 회사는 남녀 공히 자녀 한 명당 육아휴직을 2년까지 쓸 수 있다.
그래서 난 내년 4월까지는 민성이 옆에 있을 수 있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아내의 지역 근무가 끝나고 서울에 올라간 뒤, 민성이를 새 어린이집에 적응시키고 복직하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정보다 복직이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몇 가지 변수가 남아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 빠르면 10월, 그러니까 두 달 뒤 나는 회사로 돌아간다.
그 말은 471일째 써왔던 민성이의 육아일기도 끝낼 때가 됐단 얘기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휴직 500일을 끝으로 일기를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싶다. 브런치의 제목도 이렇게 바꾸고. '아빠 육아휴직 500일의 기록.'
휴직 9일째, 그러니까 휴직을 하고 열흘도 지나지 않았을 때, 난 휴직 2년 중에 이제 1% 지났다며 대장정을 완주하기 위해 초반에 전력 질주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아이만 행복하면, 진짜 괜찮은 걸까?).
2년을 채우진 못했지만, 난 지금 그 대장정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시간은 늘 이렇게 지나고 보면 빠르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육아 동지들을 만나 적적함이 한층 줄었고, 민성이도 조금씩 말을 하게 돼 서로 더 친해진 느낌인데, 이제 끝이라니 아쉽고 억울하다. 겨우 좀 할만해졌는데!
나에겐 아직 한 달하고도 보름이 남았다. 물론 상황이 바뀌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뭘 해도 아쉽겠지만, 그래도 미련이 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무엇보다 민성이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