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69일째, 민성이 D+718
오늘은 목요일, 호락호락팀이 주관하는 육아 대화방이 열리는 날이다(육아 공동 전선(1),(2)). 이번 주제는 이거다.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생기는 일.
사실 이 질문은 넌지시 어떤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아빠에게 아이를 맡겼더니 정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류의 답변이다.
예컨대 아이 밥을 먹이라고 했더니 주방은 난리가 됐고, 놀아주라고 했더니 아이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리고 있더라는 식이다. 물론 지난 1년 5개월을 돌이켜보면 나도 그런 적이 많았다.
민성이가 돌 하고도 한 달이 좀 넘었을 무렵, 막 걸음마를 뗀 아이는 소파 위에 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한 번은 너무 귀여워서 그걸 찍은 다음 '이것 봐 부인'하며 일하는 아내에게 영상을 보내준 적이 있다.
아내는 정색하며 나를 나무랐다. 그러다 민성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평생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내게 보냈다. 아내가 그렇게 긴 문자를 보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확실히 난 아이를 돌보는 게 아내보다 거칠다. 덜 세심하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해도 치명적이지 않고, 그가 내 손 닿을 거리에 있으며, 그래서 아이를 보호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면 잘 말리지 않는 편이다.
내가 하지 말라고 해서 민성이가 안 하는 것도 아니니, 가능하다면 그게 왜 안 되는지 스스로 겪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아이가 뛰다 넘어져도 잘 일으켜주지 않는 것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어느 정도 효과도 있었다. 민성이가 처음 스스로 잠들게 된 것도, 이러한 방치(?) 육아가 어느 정도 한몫을 했다. 늘 아이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아내는 분명 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게 내가 아빠여서인지, 아니면 그냥 내 성격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아빠는 엄마보다 더 씩씩하게 육아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육아 우울증은 아내보다 내가 더 심하게 겪었다.
누구도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면 무슨 일이 생기냐고 묻지 않는다. 궁극적으론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생기는 일이 주제가 되어선 안 된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아이는 엄마도 아빠도 맡아야 하는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