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74일째, 민성이 D+723
예상치 못했던 대체 공휴일, 그래서 행운처럼 주어진 연휴, 우리 부부는 민성이를 데리고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아마도 내가 복직하기 전 마지막 바다 나들이 아닐까 싶다.
이번엔 민성이 할머니도 함께 했다. 오전 10시쯤 엄마 집에 들러 그녀를 태우고 선유도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다. 11시 좀 안돼 목적지에 도착했다.
8월 중순, 거기에 연휴 마지막 날이었는데도 해수욕장은 붐비지 않았다. 어디든 코로나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우리는 다른 입욕객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그렇게 했다.
선선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지도 않았다. 날 잡은 민성이는 모래놀이를 하다가 수박을 먹고, 다시 모래놀이를 했다. 어른 셋과 달리 그는 지치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새 12시를 훌쩍 넘어섰다.
아이와 해수욕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뒷정리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겐 경험이 있다. 이 해수욕장만 군산에 와서 벌써 세 번째다. 물놀이를 끝낸 민성이를 들어 올린 뒤, 우리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아내가 민성이를 씻기는 동안 난 모래사장에 펴뒀던 돗자리와 짐을 정리한다. 그다음 민성이가 씻는 곳 옆에 다시 돗자리를 펼친다. 그곳에 다시 아이를 눕히고 닦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그리고 민성이 입에 과자를 물린 뒤 유모차에 앉힌다. 아이 수영복과 장난감 등을 애벌빨래한 뒤 가방에 욱여넣는다. 여기까지 모든 과정이 모두 매끄럽게 진행된다.
점심은 집 근처 칼국수 집에서 해결했다. 민성이가 별로 협조를 하지 않아 어른 셋이 돌아가면서 밖에서 그와 놀아줘야 했지만, 시장을 반찬삼아 맛있게 먹었다.
때를 놓친 민성이는 결국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다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복직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반, 그와 보내는 여유로운 일상도 하나둘 끝이라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다.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민성이와 추억 하나라도 더 쌓으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