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78일째, 민성이 D+727
어제(20일)는 모처럼 바빴다. 일단 오전에 민성이를 등원시키자마자 중국어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청소와 운동을 한 뒤 점심을 먹으니 1시가 넘었다. 민성이가 오후 4시에 하원을 하니 3시간이 좀 안 남은 것이다.
그때부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 집 잔금일이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입주 전에 비교적 큰 규모의 인테리어를 할 예정이고, 업체 선정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우리 부부가 서울에 있었으면 여러 업체를 만난 뒤 여유 있게 결정했을 텐데 우리는 지금 군산에 있다. 오늘 민성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상경할 예정인데, 한 번에 가능한 많은 업체를 만나봐야 한다.
열심히 전화를 돌린 덕에, 다행히 업체 네 곳과 약속을 잡았다. 아침 일찍 출발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업체와 미팅을 마치고 나면 군산에는 저녁 늦게나 도착할 것 같다. 매우 빠듯한 일정이다.
우리도 아이도 고생스럽겠지만, 좋은 업체를 만나 예쁜 집을 만들 수만 있으면, 하루 엄마 아빠를 못 보는 것 정도는 민성이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다. 집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니까.
다음 주엔 은행 대출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그다음 주엔 회사에 슬슬 복직계를 내야 한다. 변수가 없다면 이제 복직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40일,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고, 대출을 준비하고, 복직계를 낼 생각을 하니 확실히 휴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간 마주할, 내 인생의 다음 페이지일 뿐이다. 요란 떨 것 없다. 착실히 준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