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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23. 2021

두돌잡이의 사골국물 미소

휴직 480일째, 민성이 D+729

'웃음이 만병통치약이라면, 저는 무병장수하겠죠?' / 2021.8.22. 집 앞 놀이터


민성이는 잘 웃는다. 주변에서도 그런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아이가 잘 웃고, 밝다고. 물론 울고 떼쓸 때도 있지만 웃을 때가 더 많다. 웃음이 만병통치약이라면, 민성이는 분명 무병장수할 것이다.


웃음은 전염된다. 주위 사람을 즐겁게, 행복하게 한다. 어른의 웃음도 그러할 진데, 아이의 웃음은 말해 무엇하랴. 1년이 넘는 육아휴직, 그래도 별 탈없이 내가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건 5할 이상이 그의 웃음 덕이다.


요즘 민성이가 특히 해맑게 웃을 때가 있다. 바로 자신의 업적(?)을 아내와 내 앞에 자랑스레 선보일 때다. 그의 업적이란 대부분 저지레를 해놓는 것이다.


근래 민성이는 기저귀 저지레에 푹 빠져있다. 그가 자기 침실로 들어갔는데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열에 아홉은 기저귀를 바닥에 열심히 뿌려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민성이는 아내나 나를 부른다. 우리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그 광경을 보여준 뒤, 제 가슴을 툭툭 친다. 자기가 했다는 거다. 그리고 환하게 웃는다. 아이는 그게 너무 뿌듯한가 보다.


그때의 미소는 뭐랄까, 정말 행복한 표정이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실제로 형상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그 웃음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될수록 웃을 일이 줄어든다. 가끔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재미있는 영화를 보다가 웃을 때가 있지만 그때 잠깐 뿐이다. 민성이의 웃음이 오랜 시간 우려낸 사골국물이라면, 내 웃음은 라면 국물 같다랄까.


하지만 그의 함박웃음을 보고 있으면, 내 얼굴에도 사골국물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내심 마음 한편엔 걱정도 든다. 지금 아이는 저렇게도 밝은데, 저렇게도 행복해하는데, 내가 저 미소를 질 지켜줄 수 있을까?


민성이도 나이가 들면 지금보단 덜 웃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가 느려지도록 도와줄 순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 웃을 일만 있진 않겠지만, 조금 힘들어도 여유롭게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그런 진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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