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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24. 2021

누구를 위한 인테리어인가

휴직 481일째, 민성이 D+730

'코로나 이 녀석! 이젠 좀 물러가라!' / 2021.8.19. 어린이집 앞


요즘 아내와 내 최대 고민은 집 인테리어다. 업체를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결정이 좀 더 쉬워질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결정을 내린 것도 다시 고민이 된다. 우리는 지금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있다.


5년 전에도 아내와 나는 신혼집을 사서 인테리어를 했다. 그때는 오히려 인테리어가 쉬웠다. 집 바로 앞, 동네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를 발주했는데, 만족도도 꽤 높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자가 많았다. 군데군데 벽지가 붕 떠있었고 천장 마감도 깔끔하지 않았다. 그 업체가 엄청 뛰어났다기보다는 우리의 눈높이가 낮았다. 


그때의 경험이 있으니, 그리고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를 전전하며 나름 공부도 했으니 이번엔 훨씬 쉬울 거라,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공사를 업체에 맡기지 않는, 이른바 '셀프 인테리어'까지 생각했던 우리였다.


지난 주말 업체 세 곳과 미팅을 하고 온 아내와 난 지금 답보 상태다. 민성이를 돌보느라 둘이 마주 앉아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논의가 영 쉽게 풀리지 않는다.


뭐든 그렇지만 문제는 돈인데, 사실 우리가 잡은 예산도 분명 적은 예산은 아니다. 인건비도, 자재값도 뛰었다지만 5년 전보다 세 배가 넘는 금액이다.


경험과 공부가 독이 된 측면이 있다. 두 번째 공사인 데다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예쁜 인테리어를 너무 많이 접해 눈이 높아져버렸다. 당연히 그 집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돈을 훠얼씬 많이 쓴 곳이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러려면 기준을 정해야 한다. 나는 어떤 집에서 살기 원하는가. 우리 부부에게 5년 전엔 없고, 지금은 있는 게 있다. 바로 민성이다.


민성이를 돌보기에 안전한 집, 그가 즐겁게 (뛰어다니는 건 어렵겠지만…) 놀 수 있는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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