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99일째, 민성이 D+348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합격했다. 합격이란 표현이 어색한가 싶기도 하지만, 원하는 때, 원하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기쁜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충분한 단어다.
민성이의 주양육자인 나 빼고는 모두가 반대했다. 집에서 볼 사람이 없으면 모를까, 한 명이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 놀면서(?), 돌도 안 된 아이를 굳이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거였다.
군산에 내려오기 직전에 회사 동기 둘과 여의도에서 점심을 먹었다. 육아 얘기도 나눌 겸, 일부러 애 엄마, 애 아빠에게 연락했다. 내가 군산에 가면 어린이집에 보낼 거라고 하니, 그 둘도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아이는 집에서 돌보는 게 어찌 됐든 제일 좋다는 거였다. 두 돌 때까지는 가급적이면 집에서 보는 게 좋은 것 같다면서, 본인들이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할 거라고도 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뭘 못 하겠어.
엄마도 어린이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이모 얘기를 듣고 와서 반대했다. 내가 이모 얘기를 듣진 못했지만, 엄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것 같다. 엄마도, 그냥 내가 민성이를 집에서 쭉 봤으면 하는 눈치였다.
나 편하자고 어린이집 보내는 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내 계획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속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민성이를 사랑하지 않아서도 물론 아니다.
나는 지금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게 그에게도 이롭다고 믿는다. 단 몇 시간이라도, 민성이가 다른 아이나 어른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집에만 있어서는 발달에 필요한 충분한 자극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덴마크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민성이 또래, 혹은 더 어린아이들의 부모가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낸다. 물론 그들은 자국의 보육시설, 그리고 그곳 종사자들에 대한 우리나라보다 더 강한 신뢰가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 집 가장, 민성이 주양육자였다가 지금은 부양육자가 된 아내가 반대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일하게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도 민성이를 종일 어린이집에 보내는 건 원치 않아서, 하루 3시간 정도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고 생각 중이다. 난 다음 주부터 학부모가 된다. 나도, 민성이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