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적응

나루시선, 42

by 나루

오적응


서나루




술버릇처럼

외로움에도 버릇이 있다


그게 나를

그것으로부터 나를

데려다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술버릇을 하면

그가 나를 데리고

어딘가 조용한 곳으로 가주기라도 할 것처럼


술 마시고 말이 많아지면

누군가 그 헛소리들을 헤치고 들어와

골동품처럼 모아둔 슬픔을

쓰다듬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술기운에 잠이 온다고 하면

갑자기 내 입에 정신이 번쩍 드는

튀르키예의 달디단 디저트를 뚝 떼어 넣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언제나 각자의 돈으로 계산하고

혼자서 집에 돌아갔지만

그래도 자꾸 자꾸 그러면 언젠가는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사람이 내 등을 두드리고

얹힌 외로움을 다 토하고

물 한잔 받아마시고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농담같이 나도 사랑해줄 것처럼


이렇게 오지 않는 소식을 기다리고

거짓말 아닌 침묵을 지켜보고

나 없이도 언제나 행복했던 사람에게

자꾸 행복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고

남들 다 하는 것을 나도 하면,

드라마처럼

우리를 태우고 갈 택시가 도착할까


아무리 마셔도

다음날 네 시가 되면 거짓말처럼 술이 깨듯이

기적 같은 것도 없이

사실은 진실이 되고


별들의 사이는 부풀고

우리가 멀어지는 흔적. 적색 편이처럼

숨만 쉬어도 너는

먼 사람이 되어가는데









Photo by Ed Leszczynsk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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