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8
서나루
미국에서 운전을 하는 내 동생은
깜빡이 안 키고 끼어드는
포드 사의 머스탱이라는 차가 보이면 낄낄거린다
형아 저거바라 저거 양카네 양카, 양아치 차네,
부모 잘 만나 놀고먹는 애들의 차라는 뜻이다
그것도 물려받을 만한 정도 가격의
요란하게 개조한 자동차
동생을 따라 웃다가
내 인생도 그렇게 살지 않았나 싶어 입을 다문다
약간의 물려받은 돈으로 시작한
물려받은 삶이 양아치 라이프가 안 되려면
나는 내 비대한 자의식을 얼마까지 깎아내야 하나
내 차는 얼마나 더 가벼워져야 할까
물려받은 인생은 너무 신이 났다
처음 살아보는 멋있는 나
부모의 돈으로 달 수 있었던 모든 옵션은 다 추가했다
용서를 구하는 사람에게 상향등 같은 눈을 부릅뜨면서
좋은 게 좋지요, 하는 말들에 경적을 잔인하게 누르면서
비켜 달라는 사람을 중앙분리대로 밀치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순간 양아치 라이프였나
이 라이프가 내 것이 되려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은 후회를 가져야 하는가
얼마나 더 혼자 울어야 하고
얼마나 오래 저며지는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가
문득 작은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어느 날,
신이 난 나는 깨달음의 기쁨에 몸부림치며 이렇게 물었다.
물려받은 인생의 상속세는 어디에 내나요?
선생님, 그것을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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