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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Oct 13. 2024

서울시장 대표사업, 서울런 멘토링 게시판에 올린 편지

서울런 멘토로 2년을 살아온 청소년전문가 현장리포트

배경

저는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로그램 빌더이자 청소년지도자(청소년지도인력)입니다. 저는 지난 2년간 서울시 사업인 '서울런 멘토링'에 멘토로 참여했고, 2023년 한 해의 공을 인정받아 2023 최우수 멘토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이번에 담당 멘티가 멘토링사무국에 받게 된 불이익에 항의하여 멘토링 소통게시판에 올린 글과 메시지를, 청소년 현장에 헌신하시는 여러분께도 나누고자 브런치에 업로드합니다.


제목

올해 멘티 고려대학교 합격시킨 멘토입니다. 현재 지나치게 경직된 서울런 시간확대 (120분 진행) 정책을 완화해 주세요. 그리고 존경하는 멘토님들께 올리는 말씀.


편지

서울런 시간확대 정책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서울런의 존재목적/교육목적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서울런은 취약계층 학생을 지도하는 복지사업(또는 사회투자사업) 입니다. 학생이라는 시기가 모두 그렇지만, 취약계층 학생은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부모님 케어가 의미없는 경우가 많고, 멘토단이나 멘토링사무국이 기대하는 만큼 적절하게 성실성에 대한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부습관과 스케줄 관리에 대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서울런 오프라인 장소에 매주 꼬박꼬박 출석하는 것만 해도 상당히 성공적인 성과를 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런 시간확대 정책은 서울런의 기본정신을 해칠 만큼 엄격하여, 지각 누적이 있어도(심지어 멘토가 자발적으로 추가 멘토링을 제공하여 60분이나 120분을 채웠더라도) 혹은 단 1번의 무단결석이 있어도 120분동안 유의미한 심층 멘토링을 진행할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2024년 10월 11일 서울런멘토링 대표번호 문의결과, 무단결석 1회가 있으면 해당 회기 끝나고 다음 회기에 16회차 멘토링을 진행하고 나서 그 다음에 재신청할 때도 계속 탈락된다고 답변받았습니다.


서울런 시간확대 규정이 이렇게 극히 경직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예를들면 서울시의회에서의 의원님들의 지적 때문인지, 감사 때문인지, 시청 내부 지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단 1번의 무단결석이 중3, 고3, 재수생 멘티들이 소중한 멘토링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영구히 박탈할 만큼 중대한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무단결석에 따른 시간확대 금지 규정을 이렇게 규정하신 분께서는 본인 학창시절에 단 1번의 무단결석도 하지 않으실 수 있는 자원과 행운을 가진 사람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서울런 멘티분들은 이 지나친 규정을 만든 분만큼 안정된 가정상황을 가질수도, 성실함을 훈련받을 수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분들을 위해 시간확대규정을 완화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사회사업의 목적은 가난한 집에서 자란 엘리트 만들기가 아닙니다.

심지어 그게 목적이 맞다손 치더라도

그 엘리트가 단 1번의 불가피한 사유의 결석으로, 충분한 교습시간 확보가 안 되어 2024년 수능에서 서울런을 빛낼 만한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면

서울런 사이트에 커다랗게 써놓은 "이토록 영광스런... 이토록 자랑스런..." 서울런이 되겠는지요

저는 얼마 전 업데이트된 영광, 자랑, 운운하는 서울런 카피라이트 보고 웃었습니다. 

가난해서 성실성조차 훈련받지 못한 어린애들 공부기회 다 박탈시키는 게 자랑스러운 행동입니까?


서울런이 애초에 없으면 없었지, 안했으면 안했지, 이미 사업취지와 체계가 다 잡혀있는 프로젝트고 시의회에서 예산 통과됐고, 서울시장이 그래도 나름의 행정의도를 가지고 시정사업으로 밀어붙이면 실무행정에서의 방침과 재량이 이 가난하고 안타까운 아이들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시장의 지지여부를 떠나서 그래도 서울런이라는 정책팩키지가 사업취지가 대단히 좋잖아요.


취약계층 학생들을 교습시키고 교육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교육기회, 교습(멘토링)가능시간을 자꾸 주려는 방향으로 허용적으로 행정이 움직여야지,

멘티 아이에게 무슨 하자가 있다며 자꾸 탈락시키고, 중단시키고......

작년에 저는 비행청소년 멘티를 회심시키기 위해서, 늘 간식도 사먹이고

집에서 맞고 오면 가폭으로 신고해주고, 돈없어서 굶고 멘토링 오는 애 치킨 사주고, 제 개인 시간 들여서 추가 상담도 해주고

어머님이며 아버님이며 멘토링본인에게 수십 통을 전화해서, 보호자님도 아이 위해 더 효과적으로 행동하시도록 부탁드리고

엇나간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술 담배 하는 친구 전심전력을 다해서 회심시켜놓고

나왔다 안 나왔다 하는 멘티를 점차 안정화시켜가고 있었는데......


멘티야... 당연히 오락가락하죠... 그게 청소년의 특징이니까요. 특히 취약계층 청소년의 특징이니까요.

여기 계신 누군들 청소년시절 학령기 12년 내내 개근상만 타셨습니까? 사춘기 안 겪어 보셨나요

가난한 아이들 살려내겠다는 사명감 가지고 개인 시간 갈아서,

멘티 겨우 제정신 차리도록 동기부여 코칭하고 공부에 재미붙여 놨더만,

2회 결석이니까 영원히 이 팀은 멘토링 금지다. 하고

작년에 2회 결석으로 탈락한 멘티를 올해 2024년에 규정이 3회결석부터 탈락으로 바뀌었길래


혹시 가능할까? 희망을 가졌죠. 심지어 멘티가 두 번이나 전화가 왔어요 다시 멘토 선생님이랑 공부 시작해보고 싶다고.

알파벳 ABCD도 못 읽는 고3이었어요. 멘토선생님을 보고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해 보고 싶대요.

멘티도 저도 재매칭을 적극 희망해서 혹시 재매칭이 가능한지 문의해봤더니 답변도 주지 않으시고

왜 모든 걸 이렇게 줄이고 삭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요.

서울런 재정이 부족한데 업적은 필요해서 

지하철에 광고는 엄청나게 하는데 실제 돈 나가는 멘토링 수업시수는 줄여야 해서 이렇게 하는 것입니까?


또한 이런 학생분들을 통솔하고 동기부여하고 용기를 주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저희 멘토단 역시 지극정성으로 멘티분들을 돌보고 있는데, 저희가 멘티에게 충분히 집중되고 구조화된 시간을 투자하여 긴 안목으로 인재를 기르는 봉사를 유의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무단결석이 있거나 지각이 있을지라도 총 멘토링시간(학습지도시간)자체가 60분이든 120분이든 충분하다면 별 문제 없이 시간확대가 접수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가정이 무너진 16세 아이 한 사람이 평생 살아온 시간은 140,256시간입니다.

이걸 한 달에 겨우 4시간 만남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2배로 만들어봤자 8시간입니다. 멘토링 12달 1년내내 해봐야 겨우 96시간입니다.

그 제도적 최대한 내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도와를 주십시오.


저는 작년에 시간확대 멘토링, 열열멘토링으로 멘토링 가능 시간을 크게 확대해서

그 친구 고려대학교 보냈습니다.

멘토링이, 이 서울시 대표사업이 더 칭찬받고 업적이 될 수 있으려면,

서울런 정책팩키지가 존경하는 공무원 선생님 여러분의 성공사례와 포트폴리오 될 수 있으려면

아이들이 좀 실수하고, 지각하고, 때로는 못 오는 사태가 벌어져도 다시 일어날 기회 주시고

더 많은 시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해주시고, 그래서 멘토가 멘티분들 대학 잘 보낼 수 있도록 적극행정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부디 잘 부탁을 드립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멘토님들께 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멘토님들, 다들 학생분들이고 사회 초심자 대학생분들이셔서 이런저런 고민도 많으실거고 을이라고 생각되실 거라서 본인들도 이미 충분히 저자세로 서울런 관계자분들께 조심스럽게 정성스럽게 말씀드려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 지금도 물론 기본적으로 공손하게 대해요. 작년에는 제 스스로가 을이라고 생각하고, 불필요할 정도로 굽히고 과하게 저를 낮추면서 이음단분들이든 다른 관계자분들이든 대했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관계자분들께서 저를 대하는 태도에 빅데이터가 쌓여가면서, 제가 평범하게 말씀드려도 정말 친절하고 사려깊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아주 공손하게 말씀드려도 공격적이고 고압적으로 대꾸하는 인원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목소리들을 저도 기억하고 제 통화녹음도 기억하고 있죠. 여러분도 마찬가지이실 것이고, 그 기억을 유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공동의 기억은 공동의 정의를 만듭니다.


멘토님들 없으면 서울런도 없죠. 서울시든 KMA든 고용관계가 저마다 다른 자치구이음단의 관계자 분들이든... 우리 모두가 서울런이라는 시정사업을 만들어가는 파트너 사이입니다. 여러분이 을도 아니고 굽히실 필요도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서울런을 진행하면서 불쾌하고 공격당한 경험을 겪으셨다면(많이들 겪으셨을 겁니다...) 그건 여러분이 사회 초년생이어서나, 을의 입장이서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서울시의 이름을 걸고 서울시 사업을 대리하는 각각의 책임 있는 담당자 그 개인의 문제이고, 이것은 행정적 책임사슬로 묶여 있는 서울시에 책임물을 수 있는 일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2년간 활동하면서 서울런을 구성하는 여러 단위의 관계자들에게 당한 어처구니 없는 일들, 명백하게 폭력적이거나 부당한 일들을 엑셀로 모아둘 만큼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멘토님들 가운데 일부도 그런 기록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익적인 좋은 마음 내어서 하는 멘토링인데, 굳이 그걸 근거로 구태여 반격을 할 가치가 있는지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긴 해요. 제가 참을성이 너무 많은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리가 당한 경험들로부터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한 번 더 배우고, 이 정도 일로 흔들리지 않게끔 더 강해지기를 다짐하는 것으로 괜찮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자료들을 결코 폐기하지는 마십시오. 저희는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각자 졸업하고 서울런멘토링의 사회적 의의와 역할을 후배 멘토님들께 전달해야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후대 멘토님들과 멘티님들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진 서울런에서 교육하고 교육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선배 멘토로서 그것을 위해 필요하다면 원하는 조치를 취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1000만명이 살아가는 서울시 행정부가 저희를 통해 더 품격있고 합리적이고 정중한 공공 조직이 되도록 도와줄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말씀드리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저는 여러분 모두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이 글 읽으시는 멘토님이든 서울시 공무원분들이든 KMA직원분들이든 자치구 이음단 담당 선생님이든 

우리 모두가 서울런의 진정한 목적을 위해서 협력하고, 충분히 보상받고,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고, 존중받기를 바랍니다.

그 누구도 개인적 트라우마나 대인관계 이슈를 담당자 위치를 악용하여 대학생 멘토단 같은 행정적 을이나 민원인에게 풀지 않고,

사례 접수자·담당자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답장하는...

기계적인 친절 응답에 은닉된 실질적인 무응답 대신

책임자가 직접 제도의 취지와 사유를 멘토단에게 제공하고,

멘토단의 피드백을 구글폼에 블랙홀처럼 흡수하지만 말고 정기적으로 수합하여 공개 게시판에 응답도 하시고,

그렇게 투명하고 선진적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품격에 맞게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멘토단 여러분도 이미 너무 좋은 분들이시기에, 앞으로도 모든 분들께 더욱 친절한 세계 일류의 멘토단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끔 스터디카페에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또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컴공과 다니는 학생입니다. 보편적인 멘토 경험의 일부로 말씀드렸기에 개성을 내세우고 싶지 않지만, 만약 멘토링의 애환과 진로고민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제가 저희 대학교 입학당시부터 쓰고 있는 조별과제 계정으로 말씀 주세요. 서울런 같은 공익활동을 하는 선한 친구는 언제나 삶의 기쁨입니다. 빅데이터분석기사도 준비하고 있는데, 해당되시는 멘토님들은 정보 나누면 좋겠습니다. 매년 합격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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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담아 쓴 글을 사려깊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주말과 주중간 늘 행복하십시오. 저는 여러분이 잘 되기를 빕니다.


정작 저는 고려대 못나왔지만

고려대 멘티 보유 멘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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