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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Feb 22. 2020

물리학

나루시선, 1

물리학

                                서나루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으므로 궁극의 학문은

물리학이라고 하면서 낄낄 웃는다


옥시토신 스프레이라는 것이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어찌 되어 있을른지 모르나 합성 옥시토신이

발명되었고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로 출시되었다


의지라든가 착한 마음 같은 것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어찌 되어 있을른지,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이란

모래알 같은 유전자에 작살이 난 흙의 종유석

죽음의 두려움을 발명하고 스스로 그 두려움에 떠는 쌘비구름의 생성과 소멸 같은 것

너는 너를 찢어버리는 샷건이지, 이미 너덜너덜해진 우주의 수(數)들이

예쁘지. 어쩜 사람 얼굴이 저렇게 예쁠까 싶지?


시간이 물질을 뚫고 간 궤적은 시간이 물질을 뚫고 간 궤적의 입장에서 볼 때

행복하게 해 주고 싶지. 없는 영혼까지 전세를 들고 싶지. 혼자

그 깡통을 자꾸 눌러 봐야 옥시토신은 나오지 않아, 야 잠깐만 빈 통 계속 들여다 보지 마!

그러다가 죽는 수가 있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간지럽힐 수 없고 

내 등은 내가 긁으면 아프기만 하지, 


비강에 옥시토신을 적시면 느타리버섯에 향긋한 

트뤼플맛 기름을 바른 햄버거를 먹듯 2차하청 식당에서 딸기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딸기우유를 먹듯이 달도 아니고 보름도 아닌 보름달 빵을 먹듯이

나는 의미와 접촉할 수 있을까


외롭다는 말에 자위기구를 하나 사 보라는 해맑은 친구처럼 
고통이 많아 다채로워진 말들에 처음 보는 표정을 지으며

식탁만 보고 있던 마흔둘 젊은 교수의 침묵처럼 아니면 면제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말이야

그래서 내가 정말 마트에서 옥시토신 한 캔을 사 온다면 말이지

폭풍 속에서 번쩍거리는 비참의 방전(放電)이 정말로 멎을까


사람은 스스로 물리이면서 왜 물리학을 발명했어? 

너는 무엇을 움직이고 싶은 거야









(2019.07.18)

Photo by Mindziper on Wikipedia

BrunchBook Photo by Photo by Mona Mil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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