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루 May 12. 2021

분실

나루시선, 36

분실


                                    서나루





"내가 찾아서 나오기만 해 봐라"

어렸을 때는 안경 하나 찾기도 어려웠다. 엄마가 찾아서 나오면

나는 뚜드려 맞는다고 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아서 

지금도 뭐를 자주 잃어버린다. 더 좁은 데 살지만 

그럴수록 이 손바닥 만한 방에서 잃어버리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


한번만 더 뒤져 보면 거짓말처럼 나올 것 같다. 

분실은 없다는 증명도 못 하기 때문에,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이 길로

뭘 하나 잊어버리면 서랍 바닥까지 두세 번씩 뒤집는 것이다. 


대부분은 침대 밑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건 진짜 도깨비 장난이다. 문제의 역사란 "진짜 이번만큼은 

용납할 수 없는" 신기한 사고들의 패턴인 것이다. 

사고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사람 없듯이, 못 찾는 것도 

못 찾고 싶어서 못 찾는 경우는 없다. 


모든 비장애인은 

예비장애인이라는데.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한 번만 더 열어보면 거짓말처럼 있을 것 같아서 또 보는 것이다. 

지친다는 개념이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애인과 헤어진 뒤에도 그랬다. 다시 얼굴을 보면

거짓말처럼 사랑한다고 말할 것 같았다. 사실 지금도

다시 돌아가보면 잃어버릴 때와 같은 립을 올린 입꼬리로










Photo by Ruslan Zaplatin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계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