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36
"내가 찾아서 나오기만 해 봐라"
어렸을 때는 안경 하나 찾기도 어려웠다. 엄마가 찾아서 나오면
나는 뚜드려 맞는다고 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아서
지금도 뭐를 자주 잃어버린다. 더 좁은 데 살지만
그럴수록 이 손바닥 만한 방에서 잃어버리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
한번만 더 뒤져 보면 거짓말처럼 나올 것 같다.
분실은 없다는 증명도 못 하기 때문에,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이 길로
뭘 하나 잊어버리면 서랍 바닥까지 두세 번씩 뒤집는 것이다.
대부분은 침대 밑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건 진짜 도깨비 장난이다. 문제의 역사란 "진짜 이번만큼은
용납할 수 없는" 신기한 사고들의 패턴인 것이다.
사고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사람 없듯이, 못 찾는 것도
못 찾고 싶어서 못 찾는 경우는 없다.
모든 비장애인은
예비장애인이라는데.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한 번만 더 열어보면 거짓말처럼 있을 것 같아서 또 보는 것이다.
지친다는 개념이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애인과 헤어진 뒤에도 그랬다. 다시 얼굴을 보면
거짓말처럼 사랑한다고 말할 것 같았다. 사실 지금도
다시 돌아가보면 잃어버릴 때와 같은 립을 올린 입꼬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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