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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un 08. 2021

시민공동체의 지평에서
하나되는 민족들을 위하여

다문화가정 현황 개괄과 다문화청소년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오늘날 우리사회는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든 강력한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인구전략분석과 김경수 분석관은, 통계청의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를 인용하여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 출생아 수는 27만 2천 명으로 각각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성인 2명이 결혼하면 0.84명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4.53이었던 1970년과 비교하면 50년만에 1/5토막이 난 수치이다. 이러한 저출산 기조는 물론 세계 어느 개발국에서든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은 1970년 이래 OECD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감소폭이 가장 가파른 나라인 동시에 합계출산율 1.0 미만인 유일한 나라이다. (김경수, NABO Focus 제31호, 출처)


급격한 한국인의 저출생 기조에 예외가 되는 그룹으로 나타난 것은 바로 다문화 가정이다.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이 형성된 경위는, 통상적인 취업이민이나 전문직 초청이민 또는 난민 이민이 주를 이루는 유럽이나 북미 국가와는 좀 다른 경향이 있다. 한국은 원래 이민자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다.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의 문화가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띄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이민정책 역시 외국인의 귀화에 높은 기준을 책정함으로써 이민을 억제하며 난민을 대부분 추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다문화가정 출생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오신 것인가?그것은 전체 혼인 중 10.3%를 차지하고 전체 출생 중 5.9%를 차지하는 다문화 결혼이다. 빠르게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혼인 · 출생의 지역적인 요인은 농촌에 있다. 한국은 1950년대 이후 농업생산인력을 공업생산인력으로 강제 전환하기위해 인위적인 저곡가 정책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산업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인구비율은 다음과 같이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 LH「도시계획현황」, 출처)


ⓒ 나루


도시에 91.8%에 달하는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었다는 것은,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떠나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현진 기자는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과의 인터뷰에서 “30년 사이 농민 인구는 약 1000만에서 이제는 겨우 250만 선을 유지하고, 그나마 60퍼센트 이상이 65살을 넘고 있다.”고 지적한다.(2019-02-28, 정현진, 출처) 500만명도 되지 않는 농촌 인구와 그 가운데 250만명 정도로 극히 희박한 농업 종사자, “시골에서 65세까지는 청년 못지않게 농삿일을 한다”는 면장님의 말씀에서 엿볼 수 있는 극심한 고령화는 지방이 운석충돌 따위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왔다.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39%인 89개 시/군/구가 소멸위험에 놓인 이 난국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가가 꺼낸 카드는 국제결혼 혹은 ‘매매혼’ 지원정책이었다. 인구 순유출로 인한 지방의 소멸을 막고, 지방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 총각’들의 결혼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32개 지자체가 만남 · 결혼 · 결혼 후 · 출산시에 대하여 최대 1,200만원의 결혼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사업을 실시해 온 있다. (추영, 2019-03-13, 출처 ; 이하영, 2019-10-02, 출처


이 정책의 효과는 통계적으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혼인을 한 남편의 평균 초혼 연령은 36.8세, 아내는 28.4세로 집계되었고, 다문화 혼인 부부의 연령차는 남편 연상부부가 78.5%로 가장 많고, 남편이 10년 이상 연상인 부부는 42.0%에 달하였다. 다문화 혼인의 유형은 외국인 아내(69.3%), 외국인 남편(17.2%), 귀화자(13.5%) 순인데, 외국인 남편보다 외국인 아내가 유입되는 비율이 4배를 넘는다는 것은 사실상 대부분의 다문화 결혼이 개발도상국 등에서 아내를 사 오는 매매혼에 의해 유입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0, 통계청, 출처)


웨딩TV 추영 기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농촌총각 국제결혼은 남성들이 현지에 가서 맞선을 보고, 결혼해서 신혼여행까지 다녀오는 일정으로 진행되는데, 길어야 일주일이다. (…) 말도 안통하고, 연령차도 많은 남녀가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부부가 된다는 것은 말이 결혼이지, 짝짓기에 불과하며, 이런 국제결혼 방식은 농촌총각 결혼문제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가정해체 등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의 ‘2014년 이후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검거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 123건에서 2015년 782건으로 6배 이상 폭증했으며, 2016년 976건, 2017년 840건, 2018년 6월 현재 481건이다.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의 80%가 여성임을 감안하면 다문화가정 내 가정폭력의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실제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민 실태조사』결과 조사 대상자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ibid.) 


뿐만 아니라, 서울신문 이하영 기자가 인용한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장의 말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남성에게 비용 지원까지 해 가며 외국 여성을 데려오게 해 놓고는 정작 이 여성이 한국 영주권을 신청하면 ‘남편 소득이 낮아 줄 수 없다’고” 발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매매혼을 통해 개발도상국 여성을 자국 남성의 번식과 총인구 유지 수단으로 사용한 다음, 결혼이민자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시민권은커녕 영주권조차 박탈하는 믿을 수 없는 비윤리적 · 탈법적 행위이다. 결혼과 출산 그 자체를 목적으로 매매혼을 하는 행위는 피매매혼 당사자의 삶을 위험에 몰아넣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사자의 그 자제들인 다문화 청소년의 건강한 삶 역시 위태롭게 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인구통계학적으로 단지 지엽적인 사건일 뿐인가, 아니면 앞으로 우리사회가 전면적이고 전역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시대적 환경인가? 통계청 『2019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다문화 가정 출생아는 17,939명이다. 전체 신생아 100명 중 6명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다. 다문화 출생아 수로만 따지면 2012년 22,908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세가 이어져 온 것이지만, 한국의 전체 신생아 가운데에서 다문화 가정 신생아가 차지하는 비율로 놓고 본다면 5.9%로서 다문화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곽민서, 2020-11-05, 출처


이들은 아직 유아 세대로서 미래 한국을 구성할 사람들이지만,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수도 상당하다. 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에 따르면, “현재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학생은 10만명에 육박하며, 향후 매년 2만 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전망이다. (…) 이미 초등생 50명 중 1명은 다문화 가정 자녀로 집계되고 있다.” (이상서, 2018-06-17, 출처)


앞으로 점차 감소하는 총인구 숫자와 상관없이, 전체 인구 가운데 다문화 인구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청소년 생활상에서의 적응과 차별 문제다. 일반 중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2012년 0.8% → 2013년 0.7% → 2014년 0.6%로 감소하는 동안, 다문화 중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매년 1.2%로서 2배에 달했으며, 초등학생 학업 중단율은 일반 학생들의 4배에 달했다. 


왜 그런가? 전문가들은 언어 문제, 학업 부진, 교우 문제(문화적 차별), 부모의 관심과 경제적 문제 등을 꼽았다. (ibid.) 여성가족부가 전국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 조사인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 다문화가족 자녀가 지난 1년 간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9.2%에 달한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자녀도 8.2%로 집계되었다. 열 명 중 한 명 정도는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6%가 “참거나 그냥 넘어간다”고 답했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이민자·귀화자는 한국어, 생활문화 등 초기 적응에는 안착했지만 정착단계로 접어들며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진정한 우리의 이웃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포용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박다해, 2019-05-02, 출처)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청소년복지의 개입은 어떤 형태를 띄어야 하는가? 다문화청소년이 학업부진과 친구들의 따돌림에 의하여 상당한 피해와 탈학교 · 학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세 가지 정도의 개입이 존재할 것이다. 첫째로는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맞춤형 교육복지 및 교육바우처 제공 등 교육복지 개입이다. 특히 한국은 사실상 보편화된 사교육 및 선수교육 문화 때문에 교육자본을 가지고 있지도, 언어적 역량이 충분하지도 않은 다문화 청소년이 공교육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공교육을 혁파하는 것도 물론 구조적 관점에서 타당하지만, 사례에 대하여 유연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청소년복지 영역에서는 다문화청소년에게 보조적인 교육자본을 제공함으로써 학업 격차와 이탈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다문화 청소년이 아닌 기존 청소년에 대한 다문화 적응 프로그램이다. 다문화 청소년이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다문화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기존 청소년들이야말로 다문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청소년에 대한 다문화 융화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보다 대상체계적인 관점에서, 사회가 천천히 바뀌는 동안 다문화 청소년이 쓰러져버리지 않고, 개인적인 힘으로 차별을 견디어 무사히 정규교육을 졸업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 심리치료로 지원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10년 이상이 걸리지만 개인은 10일 내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부조리 속에서 버텨내는 방호력을 강화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이다. 


셋째로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작업이다. 다문화 양육자와 청소년을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문제는 언어와 행정시스템의 장벽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복지체계는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만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신청주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은 복지서비스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복지대상자를 발굴함으로써,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이 인권과 시민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다문화라는 이슈를 단순히 결혼이민과 다문화 청소년 자녀의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15~25년 뒤에는, 현재 1세대 결혼이민자(혹은 피매매혼 당사자)의 자녀들이 성장하여 인구구조상 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적절한 다문화 문제에 대해 정책적으로 개입하고, 이민자문화의 기존문화로의 융화뿐만 아니라 기존문화의 이민자문화로의 융화도 강력하게 추진해야만 우리는 통합된 미래 한반도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20년의 간격을 두고 일본을 따라간다면, 50년의 간격을 두고 미국을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상당한 위험이다.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조상 대대로 핍박받아 온 소수민족 문제가 50년 뒤에 등장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다문화와 기존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시민공동체 · 경제공동체라는 하나의 지평에서 사람들을 살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한반도는 평화로워지고 우리는 잠재적 분열을 잠재운 위대한 조상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도 누군가의 조상이다. 조상으로서 도리를 다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잡아야 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1-06-08 과제로 제출된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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