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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un 08. 2021

중앙정부에
청소년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청소년활동정책 개괄과 평가

정부 정책에 있어서 청소년 활동이란, 청소년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취하는 모든 형태의 정책인 청소년정책의 일환으로서, 청소년정책의 대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는 소범주인 청소년복지 · 청소년 안전보호 · 청소년 교육 · 청소년 노동 · 청소년 교정 · 청소년 육성 등 청소년에 관련된 일련의 범주 가운데 하나이다. 청소년활동은 말 그대로 청소년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건설적인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든 형태의 활동을 일컫는다. 조금 더 특정하자면, 청소년활동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기본법인 『청소년기본법』(2020 일부개정) 제3조 제3항에서는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활동과 이러한 활동을 소재로 하는 수련활동ㆍ교류활동ㆍ문화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말한다.”고 명시하였으며, 『청소년활동 진흥법』(2020 일부개정)에서도 기본법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입법 및 규정의 형태는, 청소년을 잘 성장시킬 책임과 의무가 정부에 있다는 것이 확실한 동시에, 한편으로는 청소년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법적으로 정해질 수도 없다는 청소년교육의 본질적 특징이 반영된 일종의 ‘포괄적 입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법이 포괄적으로 보호하고, 민간분야의 육성을 돕고, 충분히 성장한 민간 청소년활동은 법망 內에 포섭하는 방식으로 발달해 온 민간 청소년 육성 - 청소년 법정책 간의 끈끈하고도 미묘한 관계 양상은 이미 1900년대 초기부터 예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下에서 이미 한반도에는 상당한 수의 청소년활동 · 육성사업이 부흥했다. 한국 최초의청소년운동은 1919년 3월 1일에 한국남녀소년원이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제출한 사건이다. 3.1운동을 기점으로 청소년조직 결성이 시작되었으며, 1926년에 이미 전국 500개 청소년조직이 존재했다. 왜관소년회(1919), 경남 진주소년회(1920) 등 현재 기준으로 이미 100년 전부터 청소년운동은 존립하였다. 이후 소파 방정환, 조철호, 김기전 등이 설립한 천도교소년회(1921)가 세워지고, 천도교소년회는 이듬해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제정하였으며(어린이날은 100년이나 된 전통이다), 이후 조선소년군(=보이스카우트, 1922), 방정환의 색동회(1923), 사각(四角)소년회(1926), 해방 직후 1947년 창립된 4-H활동 등이 설립된다. 현대 한국의 기준점이 되는 1950년 이전에도 이미 민간청소년활동은 존재해온 것이다. 


이렇게 민간 주도 운동이 자리를 잡은 이후에, 4-H운동이 1950년대 내무부 및 농무부와 협력하는 것을 시작으로, 민간 청소년활동과 정부의 협력 기조가 천천히 강화된다. 『스카우트활동 육성에 관한 법률』(1969) · 『새마을운동 조직육성법』(1980, 4-H운동을 지원하였음) 『한국청소년연맹육성에 관한 법률』(1981) ·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1984) 등이 차례로 제정되었고, 1987년에는 청소년 분야의 단행 법률로 최초인 『청소년육성법』(1987)이 제정된다. 이후 『4-H활동지원법』(2007)이 제정되어 4-H활동은 명시적으로 법망 內에 들어온다.


이러한 청소년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데에 오랫동안 길잡이가 되어 온 조직이 바로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일 것이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청협, The National Council of Youth Organizations in Korea)가 1965년 15개 민간 청소년단체의 자발적 협의체로 설립되어 존속해오고 있으며, 2005년 청소년기본법 개정과 함께 법정 특수법인으로 인정되어 한국 청소년 관련 협의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청협의 존재는 한국에서 청소년활동이 민간의 선제적인 주도와 뒷따르는 정부의 법적 포섭을 통하여 시스템화되어온 역사를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그러나 청소년단체 활동을 보장하는 관계법령 제정과 법정 중앙 청소년단체협의회 지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통해 청소년활동을 지원하는 등 나름대로 입법부와 행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온 역사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청소년활동정책은 상당한 혼란에 노출되어 있다는 평가가 일선 청소년정책 담장자와 청소년활동가로부터 피드백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중앙 행정부의 청소년행정전달체계조차 하나의 라인 下에 정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법적 지위를 갖고 민간 청소년활동을 조율하는 청협의 위상은 어디까지나 민간협의회에 머물러 있다. 민간분야의 움직임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행정부는 행정부 나름대로 구조화되고 중앙으로부터 잘 통제되는 청소년활동 육성 및 지원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사교육(학원)과 공교육(학교)의 관계와 같다. 사교육이 아무리 좋은 청소년활동을 공급한다고 해도, 사교육을 구매할 여력이 없거나 소외지역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공교육이 무료로 접근해야 하고, 사교육만큼이나 고품질의 청소년활동 육성 및 지원 서비스를 공교육이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청소년행정 전달체계의 현황은 어떠한가? 2010년 3월, 청소년정책이 여성가족부로 명목상 통합되었으나 실제 집행은 17개 시·도 청소년관련 행정은 각 지자체 동급 부서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는 평생교육국 청소년정책과가, 울산시는 복지여성국 여성가족청소년과가, 충청북도는 여성정책관이 집행한다. 지방자치 원칙상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도행정조직에서의 차이는 청소년관련 복지서비스의 불균등한 공급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육성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주요시책을 심의하기 위하여 『청소년기본법』 제11조에 따라 17개 시·도에 설치한 지방청소년육성회의의 기능 역시 시·도별로 다르다. 서울은 심의/자문을, 부산은 심의만, 울산은 자문만, 경기는 심의/의결/자문의 역할을 맡는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 청소년관련부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중앙행정부처의 청소년업무 역시 분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여성가족부, 교육부, 기획재정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8개 중앙행정부처는 각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관련사업을 알아서 만들고 알아서 홍보하고 알아서 실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주도의 청소년활동이 전문담당부처의 지휘에 따라 정확한 타겟에 도달하여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는지 추적하지 못하고 지엽적인 사업으로 끝나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 


김현철&백유선은 『청소년 활동정책 체계화 방안 연구』(2012, 출처)에서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청소년활동정책 인프라는 여전히 양적으로 부족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혼돈스러운 상황을 정리가 필요하다. 주무부처의 잦은 이동으로 혼선이 빚어진 측면도 있다. 청소년활동정책이 청소년보호·복지정책, 아동정책, 여성가족정책 등과 통합되면서 정체성을 잃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교육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최근 2~3년은 창의적 체험활동에 크게 영향을 받았고, 앞으로는 진로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될 것이다.” 즉, 청소년활동이라는 그 도메인 자체가 셋팅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청소년 주무부서가 아예 없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전혀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강력한 청소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청소년정책은 대다수 시민에게(그러므로 입법자인 각급 의회 의원들에게도) 청소년을 육성하는 그 자체의 가치를 존중받아서 ‘청소년’이라는 독자적인 구역이 있음을 인정받기보다는, 다른 어떤 더 중요한 무엇의 부산물로 이해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청소년사업을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좁게 해석하는 시선을 꼽을 수 있다. 즉, 청소년 정책을 교육부의 학교 정책의 일환으로 심지어는 입시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청소년이 학생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집에 오면 그는 청소년이다. 학생의 신분과 정체성만이 9세에서 24세에 이르는 길고 소중한 기간을 설명하지도, 구성하지도 않는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청소년정책이 이혼가정 아이들을 보호한다거나 집 나간 아이들을 데려오는 광의의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사례가 있다. 또한 청소년사업이 가정을 유지시키는 모성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좁게 이해되기도, 특수한 어려움을 겪는 위기청소년 구출 사업으로 좁게 이해되기도 한다. 이렇게 낱낱의 문제가 먼저 나타난 후에 리액티브(reactive)하게 정책을 구성하기 보다는, 모든 정부부서의 청소년관련업무를 명확한 전문성을 가지고 전담하는 교육부도 · 가족부도 · 여성청소년부도 아닌 독립적인 청소년부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1년 여성가족부 출범 당시 청소년계의 요구로 ‘여성청소년가족부’로 제정이 될 뻔했다가 그러지 못했는데, 그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어떤 존재를 중앙정부부처 이름에 강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속적이고 지지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여성가족부의 명칭에 청소년정책이 명시되고 그만큼 청소년사업의 위상이 주목받고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면 지난 이십여 년을 살아온 한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앞으로는 청소년의 존재를 좀더 가시화하고, 학생도 자녀도 꼬리표붙은 어떤 존재도 아닌 독특한 특성을 가진 하나의 인구집단으로서 청소년을 바라보고 그에 맞는 통합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인생에 한 번은 청소년으로 살아가니까. 청소년을 존중하는 일은, 청소년기를 지나오며 삶의 많은 부분을 형성하였던 과거와 미래의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는 일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1-06-08 과제로 제출된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thiszun (follow me on IG, FB)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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