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 잘랄루딘 루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리라.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너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또 루미는 말한다.
기독교인들이 길을 잃었다고 말하지 말라.
유대인들이 길을 잃었다고 말하지 말라.
무신론자들이 길을 잃었다고 말하지 말라.
형제여, 길을 잃은 것은 그대이니
그렇기 때문에 그대의 눈에는
다른 모든 사람이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니.
삶이 순연(順緣 - 늙은 사람부터 차례로 죽는 일) 하지 못하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것을 탓하지도 바라지도 않을 시절이 나에게도 찾아온다면 그때는 어디쯤 인지 가을 잎새들에게 묻고 싶다.
산빛이 흰 국화로 물들면서 단장을 하기 시작하면 마을 동구에는 단풍이 곱게 연지를 바른다고 했다.
곧 단풍이 찾아들 것이다.
막을 길 없는 것이 어디 세월뿐이겠느냐며 소매를 걷어 부치고 한달음에 달려올 것이다.
내 멱살이라도 잡고 어디 저를 한 번 막아볼 테면 그래 보라는 것이 억척스럽게도 여겨져서 눈을 피하고 만다.
나는 어느 색을 따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삶을 색으로 알아볼 수도 있겠다고 말했던 그 날은 무슨 염치로 다시 나를 찾아올까.
그러지 말고 다 귀엽다 하고 담아놓자.
내가 싫어서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토해내는 것도 저 가을 잎새들 앞에서는 그만 멈추자.
가을엔 물드는 것들 말고는 모두 그림자 같은 것들 뿐이어서 무거울 것도 하나 없잖은가.
고요히 물들어라.
옳거나 그른 것들은 저 앞에 서서 하늘에 땅에 그리고 그대와 내가 물드는 것을 먼저 보아라.
너희는 축제를 즐기고 가을은 내가 갖고 가겠다.
다만 너희는 길을 잃지 말아라.
가을에 길을 잃는 것은 태어난 날을 잊고서 살아야 하는 운명처럼 쓸쓸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