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某也視善

by 강물처럼


여기에서 끝나는구나.

2018년 12월 27일- 2023년 12월 27일.

5년 + 1일, 1826일, 하루 덤으로 건넨다.

혹시라도 하루 빠뜨렸을지 모르지만 내가 의식하는 범위에서는 없다. 피날레처럼 노래가 울려 퍼졌으면 싶다. il mondo, 힘차게 노래하는 남자 가수의 칸초네도 지금은 좋다. 세상은 우리와 함께 돌고 돈다는 가사가 다른 때보다 더 가깝게 다가온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7시에 숙소를 나섰다. 일부러 따뜻한 바닥에서 잠을 자고 났더니 몸이 가벼웠다. 전날 광치기 해변을 눈앞에 두고 길을 멈췄을 때, 한참 지쳤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감기는 것, 몸이 몸을 보호하려고 모든 것을 끄고 문을 내리고 어둠 속에 잠기려는 것 같았다.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을 가장 깊숙한 주머니에 챙겨 넣어두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러고 있다가 영희 씨를 만났다. 1톤 트럭이 내 앞에 섰다. 10년 세월이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황홀한 크리스마스, 성산 일출봉 위로 겨울 달이 떴다. 그리스 신화에서 봤던 그 달이다.

70km를 넘지 않는 운전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만약에 시내 복잡했던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렸다가 그쪽으로 달렸다면 보기 좋게 늦었을지도 모른다. 어? 공항은 직진이네요, 형. 나는 이제 평소에도 안경을 쓰고 다녀야 할 정도로 시력이 약해졌다. 저만큼 떨어진 도로 표지판을 읽을 수 없었다. 다행히 영희 씨가 알아보고 차선을 바꿨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줄 모르고 사람들한테 빚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저 조끼 안에 받쳐 입은 자주색 셔츠는 너무 익숙했다. 세상만 변했지, 사람은 그대로다.

그때 그랬다지, 백악관 앞에서 혼자 반전 시위를 오래 하던 사람에게, 기자가 물었다.

"왜, 당신은 알아주지도 않는 이것을 하고 있습니까. 그 오랫동안?"

그의 말이, 그의 표정이 - 본 적 없는 - 내 앞에 있다. 영희 씨는 늘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요."

나는 도착했다. 그를 두고 왔던가, 나만 왔던가.

겨울 하늘이 높고 찡하니 파랬다. 그를 두고 왔던가, 나만 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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