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오래 쓰는 육아일기

by 강물처럼


겨울 방학을 하는 날이다. 그러면서 종업식을 겸하는 듯하다. 어제 강이는 교실에 있는 자기 책들을 모두 가방에 쓸어 담고 오느라 고생 좀 했을 것이다. 아이의 표정이 홀가분해 보인다.

어제 아침에는 강이에게 편지를 건넸다. 저도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눈치다. 학년을 마칠 때마다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며 내가 쓰는 감사 편지다. 일부러 먼저 읽어보라고 권했다. 강이도 제 생각과 입장을 펼칠 나이가 됐으니까.

천천히 읽고서 고개를 몇 번인가 끄덕였다. 괜찮냐고 물었다. 좋다고 그런다. 일찍 편지가 도착할수록 선생님이 더 행복해질 거라고 일부러 비교급 문장으로 말해줬다. 강이가 학교에서 자신감 있게 생활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기에 확신을 주느라 더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강이는 생각이 많고 감성적인 데가 많아서 한 발짝 뒤에 빠져 있으려고 한다. 1년 동안 반 아이들에게 적잖이 실망한 상태다. 어서 1학년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중이다.

이기적인 태도와 함부로 쏟아내는 욕설을 강이는 견디기 힘들어한다. 집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으니까. 순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순한 것이 약한 것으로, 어리숙한 것으로 비치는 세태가 혼란스럽다. 아이와 둘레길을 걷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일일까. 다른 아이들이 모두 놀란다고 그런다. 그 놀람은 놀림의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수업을 하면서 우리가 걸었던 길들을 이야기하면 아이들의 관심은 오직, 얼마나 힘들었느냐와 그것을 왜 하느냐고 묻는 데 있다. 자기들은 절대 걷지 않겠다며,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투다.

말이 거칠어지고 행동이 격해진다. 교실을 참기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진다. 그 교실에 아이가 매일 찾아가야 한다. 열하일기의 박지원이 지금을 본다면 뭐라고 진단할까. 그의 애정 어린 지적을 받고 싶다.

강이는 애썼다. 지난 1년 동안 네가 견뎠을 우울을 내가 위로해 주고 싶다. 사람이 태어날 때 마음이 가장 빨갛고 그다음부터는 까맣게 변해가는 것 같다는 네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는 것이 어쩐지 쓸쓸하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그렇게 밖에 나서자. 여태 해 오던 대로 잘하기로 하자. 너는 건강하니까. 건강한 사람이 잘 견뎌내는 거니까.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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