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그렇게 말하지 말게 / 백창우
여보게, 그렇게 말하지 말게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그렇게 세상 다 산 얼굴로
아무렇게나 말하지 말게
별들 가깝게 내려앉은 깊은 밤
지붕에 올라가 하늘을 보게나
그대 이 땅에 나서 애써 이뤄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생각해 보게나
아주 작아 보이는 일들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되네
살아있다는 건 늘 새롭게
눈 뜨는 것이 아니겠나
여보게, 그렇게 말하지 말게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지친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말하지 말게
아무도 깨지 않은 이른 새벽에
빈 몸으로 산 앞에 서 보게나
그대 이 땅에 나서 이제껏 이룬 것이
얼마나 있는지 한번 돌아보게나
아주 높아 보이는 봉우리도
그댄 오를 수 있다네
살아있다는 건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나
- 다시 시를 쓰기로 하고 길을 걷는다, 아니 신발올 옳게 눌러 신고 끈부터 하나씩 잘 매어 본다. 아니 옷을 갈아입고 입었던 옷은 가지런히 걸어놓는다. 아니 자리에서 일어나 마셨던 커피잔을 씻어 놓는다. 아니 아침을 먹으면서 말이 없었던 나에게 오늘 하늘이 좋다는 말을 건넨다. 아니 세면대에 비친 수염 난 얼굴을 동짓달 꽃 보듯이 고마워한다. 양치도 살갑게 하면서 누군가 내 잇속을 들여다보거든 숨겨놨던 보물이라고 꺼내줄 이야기를 거기 감춰둔다.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는 일이 내 뜻대로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아도 되는 완충지대를 누리는 것, 거기에 산이 있고 하늘과 바다가 있더라는 할머니 주름살을 포개 놓는 새벽을 옳게 적어놓는다. 꿈을 꾸기로 하고 잠에 드는 습관은 누가 부르던 자장노래던가, 길을 걷기로 하고 시를 쓴다, 다시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