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조지훈, 고풍의상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어느 때라도 한 번, 자연自然, 그것이 되어 본다면 좋겠다.
저절로 스르르 그렇게 되었다. 어쩐지 조금 부족하다. 살살이 퍼져 내린 느낌이 적다.
절로 스르르 그리되었다.
자연自然, 그러하였다.
시비是非를 떠나서야 되는 말 가운데 으뜸은 자연이다.
높은 산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산이다. 그 밖의 것은 하늘이 다 가졌다.
나 닮은 것들 속에서 부대낄 때에는 분별심만 커다랗게 자라서 하늘도 얕잡아 보고 산다.
자연을 닮아라.
그러자면 맵시를 배워야 한다.
고풍의상에는 자연을 닮은 맵시가 서려 있어서 좋다.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을 맵시라고 이른다.
새로 나는 것들은 싱그럽다.
싹이 나고, 이가 나고, 윤기가 나고, 맵시가 난다.
맵시가 어여쁘다.
써놓고 보니 마음에 드는 우리말이다.
맵시는 모양새이며 이것을 태 態라고 부르거나 때깔, 또는 자태 姿態라고도 한다.
맵시라는 말 대신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것이 바로 '멋'이다.
태 態는 모습이나 몸가짐을 나타내는 말이다.
태도 態度는 밖으로 보이는 겉이다. 몸이 나아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 태도가 된다.
아름다운 여자를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를 가졌다 하여 화용월태 花容月態라고 부른다.
명심해야 할 태 態가 하나 더 있다.
뜨거웠다가 금방 차가워지는 세속을 염량세태 炎凉世態라고 비유한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겉을 가리키는 태 態와 비슷한 글자가 樣 모양 : 양이다.
본을 뜬다는 모 模에 생김을 뜻하는 양 樣을 쓰면 모양 模樣이 된다.
본을 뜬다는 말에서 사용하는 본 本이란 것도 원래 처음의 모양, 근본이 된다.
견본 見本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양을 나타낸다.
態와 樣이 겉모습 중에서도 맨 바깥층이라면 本은 갖고 태어난 모습이고 法은 겉으로 흐르는 스타일이다.
법식 法式은 행위의 절차이며 예 禮를 표할 때 쓰는 말이다.
몸가짐은 태도이고 예법과 제도 制度를 이루는 것이 법도 法度다.
수많은 모양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의 용모다.
용모 容貌는 얼굴 : 용에 모양 : 모를 쓴다.
貌 모양을 의미한다. 얼굴이나 안면 顔面. 자태 姿態를 나타내며 또한 표면이나 외견을 나타낸다.
자태 姿態라는 말은 주로 여성의 고운 맵시나 태도를 이르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겉을 가리키던 態와 맵시를 의미하는 姿가 붙는다.
姿는 모양을 나타내지만 그것은 속으로 생겨난 모습, 풍취와 멋을 말한다.
자태 姿態가 고와야 아름답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예쁜 것과 아름다운 것의 차이를 애써 나누자면 지금과 같다.
멋은 趣 취라고 한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던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멋은 사랑한 만큼 보인다며 고쳐 써 본다.
처음으로 나에게 물어본다.
'이제 우리 사랑할까?'
趣 취는 뜻이며 내용이고 멋이다.
앞모습만 보였던 달이, 영원히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달의 뒷모습이 드러나는 세상이다.
취는 뒤에 머물던 것이, 속에 담겨 있던 것이 표표히 떠오는 모양이다.
맑고 바른 정취를 아취 雅趣라 하고 선비는 그 멋을 흠모한다.
노래는 곡 曲과 시 詩가 나란해야 산다.
곡이 趣가 되고 시가 態가 된 노래는 천 년을 간다.
詩에도 속과 겉이 있으니 마음 心이 그 속이 되고 말 言이 겉을 이루어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모든 것에 머무는 모양새가 이와 같다.
겉과 속,
안과 밖,
너와 나,
맵시는 그것들이 보기 좋게 한 데 어울리는 춤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