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김하인

시의,

by 강물처럼

첫사랑 / 김하인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저보다 더 소중하고 더 간절하게 되기를.

제가 살고 죽어도 영원히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섬겨야 할 사람을 기다려왔습니다.

이 세계가 당신을 통해 운행되고 제 마음이

당신 감정에 의해 모래성으로 지어지고 허물어지게

만들 손을 가진 당신..... 첫 식탁을 차리듯

제 삶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에 담아

당신에게 내어놓습니다.

풀잎을 세우는 햇빛처럼 꽃을 피우는 비처럼

나무를 세우는 바람처럼 그렇게 제 마음의 첫 순입니다.

당신을 통해 꽃피길 바랍니다.

이후 삶을 살며 그 어떤 절망과 참담한 시련일지라도

당신 떠올릴 때마다 제가 순해지고 맑아지고 착해질 수 있도록

당신 사랑으로 축복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당신에게

나는 쓰였다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일에서 한 번 쓰였고, 슬픔이나 기쁨을 느끼는 날에도 어김없이 한 줄 쓰였습니다.

물론 하늘 아래에서 나는 숨을 쉬고 물을 마십니다. 그러면서도 늘 그대는 있습니다. 나는 세상을 그리지만 나를 쓰는 사람은 그대였습니다.

평화로운 일입니다.

당신이 보고 싶네요.

요즘 다시 읽어 보는 책에서 찾아낸 말이 좋아, 그대에게도 띄웁니다.


ㅡ아름다운 것에는 평화가 깃들어 있는 법, 그리고 우리의 욕심은 평화로운 것, 선한 것, 아름다운 것 앞에서 차분히 가라앉는 법 ㅡ


내가 평화롭지 못한 때 당신은 힘들었겠습니다.

내가 선하지 못해서 당신이 괴로웠고, 내가 아름답지 못했기에 당신은 출렁거렸을 겁니다.

어둡고 무거운 것들에 사과를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날에 그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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