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10월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어디선가 꼭 한 번은 들려올 노래를 미리 읊조립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그 노래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보고 지났을 50번의 시월을 회상합니다.
잡히는 것 없는 그것은 먼 하늘 같습니다.
다시 또 10월을 기다리는 일이 약속처럼 내게 남습니다.
꽤 분위기 있는 시 하나 읽어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늘 이 시를 다 외울 것 같습니다.
열 번이나 스무 번 정도 읽을 생각입니다.
내가 만나는 좋은 이들 앞에서도 읽어보고 길 위에서, 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그러려고 합니다.
지금 외우는 것은 마흔에 외웠던 것보다 오래가지 못하겠지만,
예순에 외우는 것보다는 오래갈 것을 믿습니다.
말 그대로 내 생에 가장 젊은 날, 오늘이니까요.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쏠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 최갑수, 석남사 단풍
어떤 단풍 좋아하세요.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느라 스스로 물기를 끊고 저를 말리는 인고 忍苦의 표지가 단풍입니다.
고통을 저렇게 아름답게 이름 짓는 법을 누가 어디에서 배웠을까요.
단풍 丹楓,
아, 붉은 이파리들이라니.
나도 아프면 그리고 힘들면, 또는 이별해야 할 때면 ´단풍´ 들었다고 대신 말해볼까 합니다.
그리운 사람이든 보고픈 사람이든 사랑하는 그 사람이든,
가을에는 낮아지고만 싶습니다.
땅을 쓸며 떨어지는 낙엽의 단말마를 나는 잘 들어두겠습니다.
비명 같은 그 소리가 어떻게 어떻게 풍화되고 물이 되어 싹이 나는지 내내 증언할 것입니다.
노래를 부르며 말입니다.
삶이라는 제목의 그 노래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