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 장석주

시의,

by 강물처럼


겨울나무 /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버릴 때

마음도 떼어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맞춤법이란 내가 너를 만나는 자리에서 맡아지는 커피 향 같은 것이어서 오늘 밤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뉴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 고드름은 내가 그린 말줄임표에 추락한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을 두고 우리가 온점을 찍을까 물음표로 배려해볼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동화에서 본 이야기처럼 웃고만 있을 때. 띄어쓰기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너는, 나는 세상이 원고지 같아서 어지럽다고 그랬다. 그건 잘못이었기에 대신 노래를 하나 부르다가 거기에 사분쉼표를 열다섯 개쯤 그려놓고 달아났다. 얼어붙을 것은 다 얼었다. 맨 위엣 가지에까지 얼음꽃에 흔들린다. 행복할 것을 아니까 문 門을 닫았다고 해서, 멀리멀리 떠났다고 해서 인연이 갈릴 수야. 그럴 수야 없다고 겨울나무는 또박또박또박. 한 번은 걷고 한 번은 쓰고 나머지는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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