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이 편지가 네 손 위에서 한 줄 한 줄 읽히는 날은 어떤 날일까?
어느 계절에서 너는 나를 만나고 있을까?
벚꽃잎이 가득히 허공을 날고 있을 때 이 편지가 네게 찾아간다면 더 기쁘겠다.
얼마가 지나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때에도 너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줄을 알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수도 있겠고,
아,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지금 이 순간 무척 궁금하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눈이 어떻게 생겼을지, 머리 모양은 또 어떨지, 어떤 분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일지?
나보다 예쁜 사람인지...
아마도 너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을 거야.
시詩의 본질은 감정을 형태로 표현한 것이기에 기도이면서 소원이라고 내게 일러줬던 날을 기억하거든.
병실에서 생각을 입으로 내뿜듯 언어로 나열한 것이 詩라고 말하던 너는 나에게 한 편의 시였어.
그래, 너는 나에게 한 편의 시야.
모든 순간을 기억해.
처음 너를 병원에서 마주쳤던 날부터 너는 나의 '공병문고 共病文庫'에 가지런히 모아져 있어.
세상에 단 한 사람, 나의 기록을 읽을 권리가 주어진 사람, 너!
이름을 부르지 않고 사람을 부르는 너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어.
네가 부르는 '키미'라는 말이 이제는 그립기도 해.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너를 오히려 단단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너에 관한 것들이 하나씩 나에게는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어.
짧지만 너와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나에게는 다시없을 순간으로 남아있지.
꼭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나고 싶었는데....
일시 퇴원을 허락받던 날,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넌 아마 모를 거야?
세상의 모든 길이 너에게로 가는 길이었어.
어서 가서 네가 보고 싶어서 달리는 차 안에서도 내 마음은 가만있지 못하고 방망이질 해댔었다.
췌장이 아프다는 그래서 1년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가슴이 그렇게 뛰었던 날이야.
살고 싶었던 날이었어.
널, 만나러 가는 날은 언제나 그럴 거라는 걸 그때 알았지.
고마워.
내 절친과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고.
세상에 너를 잘 보여주며 살아줘서 고마워.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을 갖고 살아줘서 고맙고.
나의 '어린왕자' 를 소중히 간직해줘서 또 고마워.
무엇보다도 아픈 나를 위해 비밀을 지켜주고,
내가 걱정이 되어 그 밤에 병원을 찾아주던 것도.
뭐든지 내키지 않으면서도 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주었던,
나의 '사이좋은 사람'으로 있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했던 모든 순간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거라는 내 말
잊지 않았지?
정말 그래...
그래서 괜찮아.
운명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하더라도 나는 가만 지켜볼 자신이 있어.
슬픔을 바라볼 용기가 생겼어.
하루를 기쁘게 보내고 싶은 의지가 따로 준비돼 있어.
이 모두가 너에게서 얻은 거야.
네가 내게 전해준 거.
그러니까, 고개 들고 걷는 너를 나도 보고 싶어.
근사하게 나이 들어가는 나의 처음 '사이좋은 사람'을 난 보고 싶어할 거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천국에서도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니까.
내가 머물렀던 여기를, 사람들을 간직하고 있을 거니까.
너의 눈을 통해서 볼 것이고,
너의 심장을 통해서 숨을 쉴 것이니까.
나는 너이고,
너는 나니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내 말, 이제 알아듣겠지....?
그럼, 안녕.
では、さよなら。
나의 사이좋은 사람.
私の仲よ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