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김춘수

시,

by 강물처럼

“삶은 밀레나를 통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라고 말하는 카프카를 나는 알겠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 어떠한 모습이었을지, 그의 눈에 얼마나 가득했을지도 상상이 갑니다.

카프카는 戀愛를 했고 여인을 사랑하였습니다.

- 나의 존재는 당신에게 헌정된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로 갔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당신에게. 당신 곁에 숨고자 당신에게 갔습니다. 당신의 두 손 사이에 얼굴을 묻습니다. 너무나 행복했고, 자랑스러웠으며, 자유로웠고, 강해졌습니다.「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 카프카」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연애를 하고 있을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지요.

꽃이란 시를 교실이 아닌 거리에서 길을 걷다가 입으로 꺼내어 귀에 담아주는 사람들은 분명 연인들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글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사랑을 만났을 때 꼭 한 번은 직접 건넸으면 하고 바라고픈 것이 김춘수의 꽃입니다.

아무리 수줍더라도 용기를 내어 꽃을 전하세요.

그곳이 어디든 일어나서 전하세요. 차들이 신호등 대기를 하고 있는 사거리에서도 사랑은 자라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이 누구든 당신이 사랑이라는 헤아릴 수 없이 오묘한 감정에 깊이 몸담아 보기를 나는 원합니다.

그래야 당신은 당신을 먼저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니까요.

따뜻해진 마음에는 저절로 사랑이 찾아오고 그 사랑을 당신은 멋지게 코디하고 싶어 지겠지요.

연애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라도 울리고 싶어서 얼굴이 환할 겁니다.

내 이 소박한 부탁을 당신이 고맙게도 잘 들어줬다면 그래서 당신이 연애의 한 중간에 있다면, 다음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내게 대답해 주세요. 휴대폰도 아무런 연락처도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바라다보는 그 하늘에다가 웃음 하나 날려 보내 주세요. 멀리 서라도 나는 그 하늘을 알아볼 테니까요.

「우주를 단 하나의 사람으로 줄이고 그 사람을 신에 이르게까지 확대하는 것, 그것이 곧 연애이다. V.M. 위고」

당신에게 꽃이란 시가 가장 맛있게 옮겨졌을 때, 그때가 언제였을지 아니면 언제가 될지, 그날이 공연히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빛깔과 향기에 꼭 알맞은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당신의 그대가 나는 어쩐지 보고 싶어 집니다.

보길도 어디 몽돌해변 같은 곳에 수없이 많은 조약돌 중에서 하나를 찾아 손에 쥐는 그 사람이 나는 당신의 그대이기를 바라고, 당신으로 내가 꽃이 되었다며 빛나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 사람을 당신이 간직할 수 있기를 또한 바랍니다.

이제 당신은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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