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밥상머리 1

눈물이 나

by 강물처럼

지난 목요일부터 아이들하고 나, 셋이서 지내고 있다.

엄마가 입원을 한 까닭에 아이들이 조금 풀이 죽은 모습이다.

하루, 이틀은 그런대로 괜찮더니 주말을 고비로 얼굴에서 밝았던 표정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오늘 아침 식탁에서 '눈물'이란 단어가 다뤄졌다.

12살 아들이 그런다.

"안 울려고 그러는데, 저절로 엄마 생각이 나.

엄마 생각을 하면 또 눈물이 막 나오잖아."

어젯밤에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여동생 앞에서 우는 녀석을 혼낸 아빠에게 서운한 기분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도 사실은 울고 싶은데 참았어."

9살 딸은 오빠를 편드는 것인지 나무라는 것인지 모를 어정쩡한 말을 한다.

"눈물은 좋은 거야."

아이들에게는 처음 듣거나, 보거나, 배우게 되는 상황들이 있다.

눈물을 학교에서나 책에서 아니면 TV에서 경험하고 있었겠지만 아빠하고 대화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소재다.

나는 그 순간들을 되도록 놓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짧은 수업으로 활용한다.

같이 어린이집에 갈 때도 그랬고, 시골학교에 등교하느라 아침마다 차를 타고 같이 학교까지 가는 길에도 그랬다.

이거다 싶은 주제가 등장하면 아이가 이해 하기를 바라지 않고 일단 내식대로 떠들고 본다.

이해하기 어렵게 말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받아들일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가슴에 품었으면 하는 좋은 말일수록 몇 번이고 다시 또 들려줄 마음으로 떠드는 것이다.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배고프면 뭐라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슬플 때 눈물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야."

아들이 맞장구를 친다.

"그렇지? 남자도 울 수 있는 거지?"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들었다며 또 묻는다.

"근데 남자는 평생 3번만 울어야 돼?"

좋은 순간이다.

아이들에게 '눈물'을 알려줘도 좋을 순간이 찾아왔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남자나 여자나 다 울 수 있어."

딸아이는 자기는 그래도 안 울 거란다.

"그런데 말이야, 진짜 눈물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흘리는 거야."

"엄마 생각을 하니까 슬퍼서 울었잖아?"

"누가 슬픈 거야? 엄마야, 너야?"

아이 둘이 나를 동시에 쳐다본다.

"당연히 오빠지!"

딸은 아무래도 오빠 편이 아닌 것 같다.

"그래, 내가 슬프니까 우는 것도 이해는 하는데, 더 좋은 눈물은 다른 사람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야."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양 수저를 입으로 가져간다.

아이들이 엄마 없이 셋이 먹는 아침밥을 맛있게 먹어준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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