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고통을 사랑하듯 / 오규원

시의,

by 강물처럼

야구 좋아하시나요.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합니다.

공을 던지는 사람을 투수라고 합니다.

야구는 여럿이 어울려 하는 운동이지만 투수가 맡은 역할을 독보적입니다.

프로야구에서도 투수 보호 차원으로 게임당 공 백 개가 선수 교체 타이밍이 되었습니다.

시합에 나선 투수는 승리하기 위해 전력투구합니다.

정말이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백 개의 공 가운데에서도 최고로 잘 던진 공은 하나가 됩니다.

그 공이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던진 공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던 공, 던지고 있는 공, 던져야 하는 공은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시합에 선수로 등장했습니다.

저마다의 야구에서 투수가 되어 마운드에 섰습니다.

공 백 개를 던지면 마운드에서 내려갑니다.

지금 몇 번째 공을 던지셨나요.

앞으로 몇 개의 공을 더 던질 수 있겠습니까.

이 경기는 멋진 경기였습니까.

나는 훌륭한 투수입니까.

저는 그 말이 고맙고 정답게 들렸습니다.



나에게는 나의 결점
고통에게는 고통의 결점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의 결점을 사랑하듯

고통이 고통을 사랑하고

고통이 고통의 결점을 사랑하듯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내일의 내일에 속고 마는 나를

오늘의 시간이여, 내가 그 사랑을 알고 있으니

마음 놓고 사랑하소서.


- 고통이 고통을 사랑하듯 / 오규원


나는 이 말이 고마웠습니다.

감각하지 못하는 하지만 거대한 내일을 회계 처리한 기분이었습니다.

모두들 수고가 얼마나 많으신지요.

전력투구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오늘 가장 화려한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을지 모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통이 고통을 사랑하듯,

내가 나를, 마땅하고 쉬운 것들은 때로 그렇게 바람에라도 저절로 풀려야 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은 기본이면서 가장 멋진 공이 될 것입니다.

모든 코치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던져."


오늘도 감기 조심하시고 코로나는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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