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을 바라보는 일 / 장석남

시의,

by 강물처럼


꽃밭을 바라보는 일 / 장석남


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 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 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주는 일 같네




내가 너를 바라보는 것은 꽃밭을 지키는 일
내가 너를 지켜보는 것은 가을을 아끼는 일
내가 너를 아껴하는 것은 음악을 즐기는 일
내가 너를 즐겨하는 것은 기도가 샘솟는 일
내가 너로 기도하는 것은 사랑이 머무는 일

10살 딸아이는 어디서나 비슷할 것입니다.
백 년 전에나 천 년 전에도 다정하였을 것입니다.
아빠, 아버지에게 딸이란 다른 세상을 건너는 햇살입니다.
물가에 오후 내내 앉아있어도 젖지 않고 통통 튀어 오르는 맑은 기운입니다.
강이가 내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아빠를 얼마만큼 사랑해?"
있는 그대로 말을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아빠도 노력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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