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고 2박3일

敎育의,

by 강물처럼

하루는 이름이 하루다.

하루는 이름이 봄이다.

봄을 하루라고 하고 강하루는 산이와 강이의 사촌 동생이다.

3살, 아직 말을 하지 못하지만 동작은 많다.

스위치 같은 것은 다 눌러보고 밥을 주면 얌전히 앉아 다 먹는다.

주세요, 그러면 작은 두 손을 동그랗게 앞에 모은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는 나오지 않더라도 그 말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하루의 엄마는 카나코 상이다.

카나코 상은 산이와 강이의 작은 엄마다.

산이와 강이는 작은 엄마하고 소통을 한다.

말을 천천히 하기도 하고 쉬운 말로 바꿔 말하기도 하면서 알아듣는 일에 관여한다.

저절로 되던 일, 말을 알아듣고 말을 하는 일이 그렇게 저절로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눈치껏 알아간다.

카나코 상도 한국말을 많이 알아듣는다.

유쾌하거나 적극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말을 빨리 배운다.

글은 숙고하는 사람에게 유리하고 말은 친근한 사람들이 빠르다.

그런 면에서 카나코 상은 말은 늦되 좋은 글을 쓸 타입이다.

어제도 한국어 강의 복습을 못했다며 테이블에 앉아 책을 펼치고 공부를 했다.

터지다와 깨지다를 나한테 묻기도 했다.

말의 구조를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감의 차이를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나코 상은 일본어를 말할 때에도 단어 선택이 신중하고 말을 길게 늘어뜨리지 않는 편이다.

일목요연한 것을 선호하는 스피커들은 길을 알고서 찾아가는 것이 좋지, 알아가면서 찾아가는 길은 금방 지친다.

정서적이지만 만연체가 아닌 타입으로 말이든 공부든 생활이 그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하루를 대하고 하루에게 가르치는 것들도 그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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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는 간간이 제가 아는 일본어를 섞는다.

강이가 가장 쉽게 하는 말은 '스키난 데쇼'

그 말은 한국말로 제대로 옮겨놓기 쉽지 않은 말이다.

강이는 그 말을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배웠다.

하지만 강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단순히 '스키데스'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강이와 강이가 알고 있는 말들 사이를 그냥 놔두고 지켜본다.

오해가 있든 그것이 이해로 번져가든 그렇지 않든 지금은 서로를 즐기는 둘만의 시간으로 남겨둔다.

영어를 한 마디 하더라도 고쳐주지 않는다.

나는 더 많은 말들을 실수하며 살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그럴 것 없다는 생각이다.

강이의 띄어쓰기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좋고, 소리 나는 대로 시를 써놓아도 시를 쓰는 마음이 예쁘지,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안 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내가 그랬을 거라는 상상은 헛되다.

나도 고치느라 급급했다.

오류나 실수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노자'나 '장자'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카나코 상은 한국에서 운전하기가 무섭다고 그랬다.

겨울 해가 유리창처럼 맑고 투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붉게 떨어지는 웅포 들판을 지날 때, 금강은 천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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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 드라이브하니까 좋지 않냐는 내 말에 운전을 하고 싶긴 한데 한국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어서 다음 말을 못 했다.

그러니 코로나로 근 1년 일본에 다녀오지 못하고 집을 지키는 그 속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었다.

말도 서툴고 음식도 그렇고 사람도 잘 모르겠는 것 투성인 것이다.

여기에서는 실수를 하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아서 무엇이든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 순간에도 신호등을 지키지 않고 내빼는 1톤 트럭이 있었고 갓길로 비집고 들어와 좌회전을 하는 벤츠가 있었다.

나는 밤에는 시속 40 이하로만 차를 몰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해줬다.

오토바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것이 블랙유머 같은 것이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좀 무능력으로 살자고 - 솔직히 말하면 조금 '빠가' 같이 살자고 의기투합했다.

산이와 강이는 하루하고 2박 3일을 보내고 있다.

1년 가까이 코로나 조심이라는 말을 듣고 지냈다.

우리도 어디 다른 데 나가지 않고 집에서 밥을 해 먹고 하루 재롱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작은 손짓들로 수화를 하며 의사소통을 하는 느낌이다.

큰 소리 나면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니까 그러면 혼날 것 같은 분위기니까 우리끼리 소리 없이 까불고 웃고 그러면서 지내는 것 같다.

불안과 불신과 위협과 이기주의와 차가운 날씨, 그리고 세밑이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하나씩 불을 밝혔다.

하루도 신기하게 쳐다보고, 강이와 산이도 내복을 입고서 경배한다.

별을 하나 맨 위에 달아놓자.

별은 일본어로 호시다.

나는 그 말이 좋다.

호시이 그러면 바라다, 원하다가 된다.

호시가 호시이, 별을 갖고 싶어라는 말.

카나코와 하루에게는 '별'이라는 말을, 강이하고 산이에게는 '호시'라는 말을 건네야겠다.

나는 스타가 될 것이다.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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