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VS EBS

교육의,

by 강물처럼

산이와 강이 둘 다 레고에 빠졌다.

어디에서 그 바람이 불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산이는 레고 맞추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찌감치 졸업한 줄로 알았는데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의 솜씨는 현란한 맛이 있다.

어느 집 아이들이건 레고 장난감을 만지는 솜씨는 신기 神技에 가까울 것이다.

레고 회사가 잘한 것인지 아이들이 모두 상향 평준화가 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나는 레고 같은 것은 질색이다.

우선 끈덕지지 못하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내 머릿속은 입체적인 활동에 약하다.

숲을 보면서 나무를 심는 일, 전체를 그리면서 부분을 조립해 나가는 거룩하기까지 한 그 일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신이 나를 어여삐 여기지 않는다는 첫 번째 증거다.


강이가 여자 아이지만 레고를 좋아할 만한 나이?

그보다 한두 해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화력을 키우는 것은 산이의 몫이다.

강이가 먼저 레고 장난감을 만지작거렸던 것이 생각났다.

엄마한테 선물로 사달라는 부탁을 한 것도 기억난다.

집안을 꾸미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어제는 병원이 도착했다.

레고 하나에도 자본주의가 득실댄다.

진짜 원산지 제대로 된 레고는 비싸서 살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그걸 안됐다고 해야 하나, 아빠 잘못 만나서 그런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지만 산이와 강이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으로 만족.... 쓰려다 보니 말을 맺지 못하겠다.

하여튼 빠져있다.

나는 손은 자주 씻으라는 당부 한마디만 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EBS 교재가 도착했다.

강이는 5학년 1학기 전과목, 산이는 중학교 2학년 국어, 사회, 과학, 역사.

신기한 게 또 있는데 아이들이 이것도 반긴다.

거기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인사까지 해댄다.

매일 두 과목씩 공부해 나가라고 말을 하면서도 이걸 기쁘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름 정도 서두를 걸 싶은 것은 또 무슨 심보인가?

때에 어울릴 줄만 알아도 사람은 잘 된다.

서두르거나 늦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로 한다.

어울린다는 것은 멋이지 않던가.

나는 그런 멋 하나 갖추지 못했지만 아이들이라도 멋있으라고 당부한다.

레고를 한 아름 집에 들고 오는 엄마와 EBS 교재를 한가득 주문한 아빠를 산이와 강이는 뭐라고 떠들까?

저절로 큰 줄로 알아라.

엄마나 아빠가 해준 것들이 없다.

초라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마땅해서 그런다.

너희들의 웃음으로 채우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실컷 좋은 구경을 많이 하고 지낸다.

영화관에 영화를 보더라도 돈을 내고, 어디 가서 쇼를 보더라도 입장료가 비싼데 이게 어디냐.

그뿐이냐,

we are being powered by you two.

원동력이란 말이 슬쩍 힘이 부족하구나.

엄마와 아빠를 충전시켜주고 불이 들어오게 하는 그런 힘, 너희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들이잖냐.

눈이 내렸다.

겨울에는 겨울나무의 꿈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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