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평안하길

치유의,

by 강물처럼



환자들끼리 만들었던 밴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은 지금은 그렇지 못한 풍경에 대한 회한일 겁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더 이상 거기에 소식을 올리거나 사진을 게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오래된 간이음식점 같은 분위기입니다.


어제는 문득 거기에 들러 19년 가을 어느 날, 정읍 백양사 들어가는 길에 단풍이 찬연한 사진을 봤습니다.


남자분 1명, 여자분 3 명이 표정 가득히 가을을 만끽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웃는 얼굴은 세월이 흘러서도 사람을 마음껏 가지고 노는 것 같습니다.


쓸쓸하게 했다가 웃게 했다가 생각나게 하는 그 얼굴들이 끝내는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말은 그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모두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사진 찍자.


마치 운명처럼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지만 그것까지 다 아울러서 같이 웃어보자는 말.


우리는 사진을 찍습니다.





현금 대신 카드를 쓰면서, 그 카드마저 다른 것으로 바뀌어 가는 시대입니다.


편리의 이점을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지갑이 사라지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도 강제 종료되었습니다.


지갑 속에 넣어두고 꼭 한 번 보고 싶을 때 꺼내 봤던 ´사진´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들은 앱이 아니라, 카드가 아니라,


그렇게 우리 손으로 다 없애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것들 아닌가 싶습니다.


애정은 위협하지 않고 불편하게 할까 봐 조심하며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봐 살금살금 걷는 일입니다.


나 없이 한번 살아 봐라는 것이 아니라 나 없어도 살아야 한다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사진 한 장을 오래 들여다봅니다.


애정이 넘쳐납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서로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작가의 이전글30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