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9

아침에,

by 강물처럼




그러니 기도할 일입니다.





코로나로 병원 방문 자체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같은 문제를 풀고 있는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일들이 서로 엇비슷한 공정을 거치며 이뤄집니다.


다만 개개인의 속성까지 다 파악할 수 없는 일이어서 그 부분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출발선과 결승선을 맞추어 그어 놓는 것이 그것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체로 나아가는 사이클 안에서 우리가 뒤처지는 유일한 순간은 개인으로 활약할 때뿐입니다.


질병이나 사고, 죽음 같은 일들이 개인 차원에서 다뤄지다가 코로나로 인해 전 국가 차원의 일, 전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능력 범위 안에서 각개 전투로 치러졌던 예전의 죽음들과 달리 코로나에 의한 죽음은 철저하게 기록되고 산술 됩니다.


그것은 공동체 안에서 해석되고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연관성과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맡습니다.


역할이 주어지는 한 의미가 부여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준비되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과 충격 면에서 이렇게 만만찮은 상대의 등장은 인류 역사에서도 분명 드문 일입니다.





산이와 강이 엄마, 베로나는 성당에 다니지만 종교를 잘 모릅니다.


50년 가까이 성당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저도 모르는 것 투성인데 오죽하겠습니까.


흔히 말하는 ´구교 신자들´은 고집이 센 편이었습니다.


저희 할머니도 그러셨고 제 어머니도 그러셨습니다.


며느리가 들어오면 당연히 ´성당´에 나가고 ´신자´가 되는 것으로 알던 분들이십니다.


이제 와서 애들 엄마에게 하는 말이지만, 저는 성당에 나가자는 말도 나가라는 말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뇌경색과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것이 분명하지 못한 상태로 전락하셨습니다.


화장실과 병원이 구분이 안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신 겁니다.


연휴 동안 병원에 머물다 돌아온 베로나의 이야기를 듣다가 하나 콕하고 찌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잊고 힘들어하시는데 오래 했던 것들, 오래 알던 사람들은 알아보세요.


문득 정신이 맑은 듯하시면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고 눈물도 짓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고요한 상태에 드시는 것이 평온하게도 보여요.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박또박 내 안에 날아들어와 앉습니다.





´그런데 식사 전에 성호를 꼭 긋고 식사하세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러세요. ´





스승이라고 불린 적도 없고 윗자리에 앉은 적도 없는 어머니는 평생을 성당에 다니셨습니다.


출세한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 건강했던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던 삶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성당만 있으면 어디든 가서 살 수 있다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기도하면서 어머니는 어머니의 말씀을 완성시키는 것 같습니다.


기도하는 줄도 모르면서 하는 기도가 그분을 증거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다행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마태오 23:11



어머니가 긋는 성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 안에서 십자가가 되어 줄 것입니다.


생생한 열 십자의 그 십자가 말입니다.




https://youtu.be/kqvpJ_dLS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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