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 문태준

시의,

by 강물처럼

백 년/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랑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백 년 百年이라는 글씨

저 백 년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백 년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백 년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백 년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그렇잖아도 별을 보고 와서 백 년이라는 말을 적는 일이 습습하다.

어린 단종은 꽃 대신 별을 키우며 영월이 되었나 보다.

정월 대보름달이 함박 떠오르는 봉래산 꼭대기에서

오래전 옛날에 불었던 바람으로 세수를 하고 입을 헹구었다.

천 년을 다 돌아온 사자 使者에게 악수를 청하고

사람들의 - 나와 나의 혈육과 그 혈육의 다른 혈육들과 애인들까지!

일일이 안부를 묻고서 백 년만 나를 묻어두기로.


그 사이 비가 바람처럼 내려 저 별에서 나를 찾는 이는

슬픈 줄 알았던 일들로 바지런히 별을 따라 옮겨 다녔고,

동주를 보았던 것도 같은데 설마 그였을려나,

별이 바람에 스치기만 기다린다던 백 년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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