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묵상이 아닌 묵상, 기도가 아닌 기도를 전합니다.
행복 幸福이란 말과 행운 幸運이란 말의 차이는 ´우연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은 늘 짓는 일에서 약속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계속하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을 이어 붙이는 솜씨가 신기하다면 그것은 복 福이 맞습니다.
운 運은 구름 雲 같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흘러가고 만들어지고 다시 흩어지는 운명 運命을 가진 듯합니다.
3년 정도 지났습니다.
사실은 30년 전부터 쓰면서 살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변명이지만 그때마다 휩쓸렸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나약했다고 고백하는 것이 올바를 것입니다.
3년 전 행운처럼 책을 만들 기회가 있었고 늘 그랬듯이 금방 올 것 같던 내일이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을 행복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순전히 아침에 적어 보내는 복음 말씀 덕분이었습니다.
나는 보잘것 없이 흔들리지만 내가 적는 말씀은 그런 나의 토대가 되어줬습니다.
땅이 좋으면 나무야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은 그 위에 비치는 햇살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4
관계자에게 메일을 보내기 전에 아침을 함께 나누는 여러분들에게 소식을 전합니다.
행복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책을 소개할 머리글을 써야 하는데 좀처럼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지난 5년은 고맙고 슬프고 즐거웠으며 또 그만큼 안타까웠고 맛있고 힘들었던 신비한 순간이었습니다.
희로애락이 잘 섞인 주먹밥을 하나 삼킨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어느 날 하루만 특별했던 것은 아닌 것을 아는 까닭에 무슨 말을 할지 망설입니다.
우리가 지나왔던 계절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떠오르는 풍경이 가장 보기 좋은 기억인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오면 여행을 떠날 생각입니다.
먼저 바다가 보이는 고흥에 달려가 세상을 떠난 외아들에게 날마다 소식을 전하는 경환이 어머니에게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엄마, 책에 내 이야기도 나온다고 그러니까 잘 봐."
돌아오는 길에는 장성댐 근처 찻집에 들러 우리가 마셨던 차를 두 잔 시켜놓고 공치사를 늘어놓아야겠습니다.
"많이 늦었다. 네가 말한 대로 어머니 뵙고 왔다."
그러고 나서 택배 사장님, 그분의 미망인을 만나 수고로운 일상을 어떻게 지내시는지 위로하고 싶습니다.
모처럼 사장님 이야기를 꺼내면서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사실 가장 오래, 친구처럼 지냈던 마트 사장님을 뵈러 가는 길은 많이 무거울 것도 같습니다.
책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함께 좋아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밀린 책을 저보다 더 걱정했던 분입니다.
"다 낫고 사람들한테 말해줘야 하는데, ´암´ 별거 아닙니다, 여러분!"
유쾌하게 소리치던 사장님이 그립습니다.
5년이 그렇게 지났습니다.
매일 아침 나를 위해 쓰는 기도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 지나왔습니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에게 보냈던 문자 메시지였으며 편지였고 기도였던 것들이 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끼리 만들려고 했던 작은 메모 같은 것이었습니다.
책은 아니었고 마음을 끄적거릴 스케치북이나 일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볼품없어도 시골길처럼 정다운 길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3년 전 어느 봄날 경환이를 따라 아담한 절, 미소사에 올랐던 날 그 소박한 바람이 좋은 인연과 마주했습니다.
´치자꽃 설화´의 박규리 시인이 아니었으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책입니다.
그랬으면 세상을 떠난 소중한 분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담아둘 공간이 없었을 것입니다.
많이 고맙고 다행스럽습니다.
떠난 분들을 기억하고 지금 병상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페이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아프지 않고 수고롭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그 흔한 말이 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일들이 많아질 것을 확신합니다.
끝으로 얼마 전에 쓰러지시고 그동안 살아왔던 기억을 날마다 놓치고 계시는 어머니에게 늦었지만 이 책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