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1

아침에,

by 강물처럼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글을 쓰는 까닭도 자신을 위하거나 타인을 위해서입니다.


가장 좋은 모범은 자신을 위하면서 타인까지 위하는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타인의 범위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누구의 가슴 하나´ 내가 울릴 수 있다면.


가장 작은 글을 쓰거나 소박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누구의 가슴 하나 울리고 싶어 합니다.


대중 연설가나 정치가는 가능한 많은 사람을 목표로 둡니다.


물론 성직자도 경우와 때에 따라서 대상은 바뀝니다.





그렇게 퍼져갈수록 처음, 그 시작점 ´나 자신´은 있었던 듯 없었던 듯 희미해집니다.


그것을 유명세라고 부를까 합니다.


값을 치르는 것이지요.


무엇이든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값은 목숨 값 아닌가 싶습니다.


이름값, 얼굴값, 밥값, 먹여주고 재워준 값, 약 값, 껌 값, 꽃값, 술값, 집값, 그리고 그 무서운 땅값까지.


더 치러야 하는 값은 무엇 일지요.


그래서 우리는 돈을 버는 일에 매정한지도 모릅니다.


긴장하고 부지런을 떨면서 때로는 자신을 팔면서까지 자본을 획득하는 생리를 학습하고 습득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물이어도 솟아나는 것보다 더 퍼내면 마르고 맙니다.


물이 다 마른 것을 고갈이라고 합니다.


싹 말라서 먼지가 일어나면 그제야 후회하고 떠나갑니다.


차라리 잘 됐다며 뒤돌아서서 내뱉는 탄식마저 안타깝게 들려 아무런 대꾸도 못합니다.


글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애정도 그럴 것입니다.


무엇을 위하여, 내가 하는 것은 무엇인지 복음 말씀에 기대어 떠올려 봅니다.


값을 치르느라 닳고 낡은 ´내가´ 뒤에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그를 볼 자신이 없습니다.





물 위에서는 퍼져갑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도 떨림이 일고 결은 번져서 물을 흔듭니다.


차라리 그것은 고요한 맛에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물을 그리는 수많은 동심원들이 어떤 값으로 보이지 않아서 평화롭습니다.


호수는 늘 포만합니다.


여래의 표정이 비치는 호수에 하늘이 가득합니다.


그 곁을 지키면서 내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서 나도, 내가 쓰는 글도, 걸음도 물이 들기를 원합니다.


저 물이 마르지 않게 나도 물이 되는 흐르는 연습을 하러 나섭니다.

비 내리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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