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0

아침에,

by 강물처럼



결코 많은 세월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제 나름 경계를 타고 흐르는 몇 가지 말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지키기 힘든 것이 때로는 그것 때문에 살맛이 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갈대가 맞습니다.


´흔들리는´ 그것 말입니다.





계절에 빗대어 나를 표현하면 나는 어떤 계절일까 생각하곤 합니다.


곧 가로수들이 환하게 터질 것입니다.


멀미가 날 정도로, 어느 시인의 말처럼 환장할 것 같이 꽃이 만발할 것입니다.


그 꽃들을 보러 다니면서도 나는 봄이 아닌 것을 실감합니다.


내 계절은 간절합니다.


그것은 어떤 것이 되지 못하거나 그러지 않고 그저 사이에 놓여있을 뿐입니다.


간절기 間節氣를 살아가는 사람은 꽃이 피는 것과 지는 것의 무게가 같습니다.


한 번도 절정을 살아본 적 없이 살기로 하는 꿈같은 꿈을 꿉니다.


그렇게 봄이 오는 듯 가고 여름이나 가을, 겨울에도 늘 봄이 따라다녔습니다.


이중적이고 어렵고 불편한 사람이지만 나도 피고 지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남모르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면 그때 하나의 계절을 밝히는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내가 사는 계절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내가 건넬 수 있는 꽃은 하나씩 꼭 하나만 켜지듯 피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너를 위한 계절, 그대에게 피는 꽃, 그런 것 말입니다.





저는 요셉입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그렇게 정하셨다고 합니다.


정신을 놓친 어머니는 자꾸 천장을 올려다보셨습니다.


희로애락이 옅어가는 표정을 아시는지요.


´남모르게´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함부로 웃거나 화내지 않고 의미 없이 슬퍼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태오 1:20





그 시절이 어떤 시절이었을지 지금의 감각으로는 잘 더듬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마소와 같고 돌로 쳐 죽이고 말 한마디에 전쟁을 일삼던 시대였습니다.


지금도 20대 외제차 운전자가 60대 버스 기사를 시끄럽게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멱살을 잡고 흔드는 시대인데 2천 년 전이라니요.


요셉 성인은 그저 성모님과 함께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힘인 듯싶습니다.


설명할 수 있는 것, 이해되는 것만 믿고 받아들이는 지금은 과연 어떤 시대입니까.


나에게는 그만한 마음이 있는지요.





´남모르게´


그거 참...


그 뒤에 무슨 말을 가져다 쓸 것인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남모르게 잘 살 것인지, 남모르게 못 살 것인지.





홀로 산에 가시어 기도하시던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 마음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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