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 산이의 4월 스토리 2nd.

교육의,

by 강물처럼


Thomas Quasthoff, 토마스 크바스토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성악가, 그 사람이 부르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듣는다.

새벽이 점점이 밝아오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의 자서전을 구입할 생각이다.

언젠가 너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되거든 그의 삶도 따라가 들여다볼 기회를 갖기 바란다.



아빠하고 엄마는 엊그제 서울 병원에 다녀왔다.


"다음 내리실 곳은 장례식장과 암병도 후문입니다. 익숙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본관 입구를 지나면 셔틀버스에 타거나 내리는 사람이 적다. 삼성병원에 갈 때마다 나는 그곳에서 내린다. 그리고 몇 분을 더 걸어서 암병원 정문으로 들어선다. 그 몇 분짜리 걸음, 그때 나는 나로 살아보는 장면을 세포 하나하나에 받아 적는다. 응시하며 깊이 걷는다. 넓게 숨을 퍼뜨린다. 햇살이 속삭이며 지나간다. April."


그때 그 생각을 했다.

7살, 10살 너희는 그 열흘 동안이 무척 길었겠구나.

아빠, 엄마하고 떨어져서 잠을 자야 했던 날은 무엇을 만지작거리며 잠들었을까.

5년 동안 떠올린 적 없던 모습을 4월 햇살 속을 걸으면서 그렸다.

집에 가서 무작정 고맙다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매했던 열차표를 한 시간 빠른 것으로 바꿨다.

스콘 파는 가게가 새로 생겼다. 맛있어 보여 종류별로 들어있는 것을 하나 샀다. 너희는 스콘을 알던가?

옛날에 아빠가 어렸을 적에 그랬었거든.

하루 장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닫으면서 아빠의 아빠, 할아버지는 뭘 하나씩 사주시곤 하셨다.

사과가 나올 때면 사과, 귤이 나오면 귤, 호떡이면 호떡.

군것질이란 이야기만 나오면 그때 생각이 난다. 심심할 때 먹는 것이 제일 맛있거든.

산이하고 강이는 하루 종일 어떻게 보냈냐?

아빠는 그날 물어봐야 할 것을 이렇게 다 시간을 보내고서야 묻는다.

잘 지냈냐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실은 4월 시작과 함께 햇살이 포근하기에 이번 달에는 너희들 일기를 많이 쓸 줄 알았다.

첫날에 쓰고 스무날이나 그냥 지나버렸다.

하나만 변명하자면 그 사이에 쌀쌀한 날이 많았다.

할머니 집에 있는 화분들도 거의 다 죽었고 아빠도 볕이 들지 않았던 탓인지 생기가 돌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것도 다 핑계다. 베고니아가 저렇게 연하게 생겼는데도 벌써 꽃을 두 번이나 피우고 있잖아.

산이에게 시험공부하란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정했으면서 그것이 몇 번이나 튀어나오려던 날들이었다.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빠 입장에서 준수하게 지킨 편이다.

이제 중간고사도 며칠 안 남았다. 이번 주말만 지나면 너도 시험이다. 만세다!

참 베고니아의 꽃말은 '짝사랑'이란다. 우습다, 그렇지?


포수 글러브를 사라고 나한테 7만 원 맡긴 거 잊지 않았지?

너는 네 방 입구에 철봉대도 만들어 놨다. 힘을 기르고 싶은 거겠지. 사실 아빠는 더 이상 공을 빨리 던지지 못한다. 네가 본 것이 내가 던질 수 있었던 최대치였고 너는 지금부터 훨씬 공이 빨라지겠지. 포수 글러브가 그래서 필요했던 거야. 평범한 것으로는 손바닥이 아프고 다칠 위험도 있어서 안 되겠더라.

너 몇 살까지 내가 그 공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점점 역전되어 가는 것들이 많다. 아빠도 슬슬 너한테 조심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너는 그것을 좋아할까?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한 번쯤 생생하게 꾸어보는 꿈을 너도 꾸고 있을까.

아빠도 은근히 구닥다리는 맞다.

건우 형은 전부 두 문제 틀렸다고 아무렇지 않게 떠드는 나를 본다. 그 모습은 꼭 다 잊었다면서 잊지 못하는 첫사랑 같이 끈덕지다.

그렇게 시험의 시옷도 꺼내지 않겠다고 그랬으면서....

이런 내가 어쭙잖다.

그래도 너는 네 길을 가라.

행여 아빠가 5월이라고 해도 너는 April 그러면서 4월을 살아라.

봄이 좋은 건 꿈틀거리는 것 때문이다.

거기에는 늘 생명이 있으니까.

봄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는 더욱 봄, 겨울이니까 봄!

너는 그렇게 보면서 걸어라. 늘 봄인 것으로 말이다.


https://youtu.be/pze4NxCOj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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