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살이 집 한 채 / 장석남

시의,

by 강물처럼


오막살이 집 한 채 / 장석남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 저녁 빛 받는 蓮잎이라든가 어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든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 채 짓자고 앉아 있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지 사원이라고 해야 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나의 가슴이 이렇게 떨리지만 떨게 할 수 있는 것은 멀고 멀군요 이 떨림이 멈추기 전에 그 속에 집을 한 채 앉히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인 줄 누가 알까요





마침표라는 온점을 찍었다가 다시 끝에서부터 지웠다.


문장 하나가 끝났다는, 여기서 하나를 끝냈다는 그 이름 마침표는 더 이상 세상에 없다.


마침표는 저를 툭 찍어놓고 끝내기는 했었는지 물어볼 수도 없다.


그때 사람들은 왜 저를 마침표라 하고 지금 사람들은 그것을 다시 온점이라 살려냈을까.


마침표를 배우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더러, 다 늙은 나에게 온점, 온점 그러니까 친절한 것 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쩐지 그것이 내 옷 같지 않아서 집에 돌아오면 먼저 벗어놓는다.






오막살이라도 하나 지어놓고 살자고 말하는 그를, 가슴이 떨렸다는 그 사람을 마지막 페이지에서 만나고 있다.


문장을 적고서 당연하게 찍어뒀던 마침표를 다시 지우면서 이것은 시라서, 그러니까 사원 같은 마음이라서 끝나도 끝나지 않게 내가 지켜줘야 한다고 믿었다. 온점이라고 하면 완성이지만 마침이라고 하면 무엇이든 허전하다. 허전한 것들에게 똑똑히 찍어주며 '여기, 여기'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집 한 채 지어본 적 있을까. 그러자고 말해본 적은 있을까. 한 번쯤이라도 그런 사람을, 그런 사람이 되어보기는 했었는지. 마침표가 되어본 적 없는 온점에게 허전한 마음과 떨리는 마음 사이를 오가기 바라면서 오막살이 한 채 지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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