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이 선종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 요한 12: 46
괜찮다면 제가 앓았던 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누구나 헤어짐의 순간이 다가오면 속절없이 서러워집니다.
이별은 슬픔의 원천이라는 말이 그대로 옮겨와 흐르는 것들이 멈추지 않습니다.
속으로 밖으로 겉으로 안으로 심장으로 핏줄로 눈으로 흐릅니다.
서러웠다가 두려웠다가 그리워집니다.
날이 저물고 달이 가고 해를 하나 통째로 다 보내고서도 바람이 불면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스며드는 것들은 사람을 키우면서 사람을 울게 합니다.
함께 웃었던 날들은 커피 향처럼 잠시 곁에 앉았다가 홀연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생각이 들 때쯤에 슬픔은 색을 바꿔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일어납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샤프란이 보라색 잎을 펼치는 마당을 사뿐히 건너는 '오래전 이별'은 제법 성숙한 몸 태가 납니다.
나와 머물며 저 마당을 내내 지켜봤던 이별, 슬픔의 본명 本命을 토닥거려줄까 하다가 그만둡니다.
무슨 말로 우리는 또 이별을 할까 잠시 궁리하다가 벌써 했던 이별에게 다시 이별의 인사를 건넵니다.
´또 와´
이별을 하며 매 순간 이별을 하며, 그러면서 그 이별이 자랄 때까지 동고동락합니다.
그때마다 사람이 꽃처럼 지고 눈처럼 희고 비처럼 내리는 계절을 살아갑니다.
그때에도 결코 잊지 못하겠다는 고백으로 날마다 집 앞 작은 마당을 간신히 적십니다.
자유롭고자 하는 것들에게 평화.
이별과 이별해야 하는 이 별에 사는 별 같은 그대에게 또 평화.
길거리에서 화장 火葬을 하는 인도 사람들도 공포 가운데 아침과 저녁을 맞이할 미얀마 사람들 모두에게 샤프란 꽃을.
선연하게 다시 피는 지나간 행복, 다 커버린 슬픔, 그래서 환희가 거기에 머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