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야간 비행 / 최갑수
세상의 모든 다짐이란
또한 사랑이란
저 별의 먼 빛처럼
얼마간의 덧없음을 전제로 한다는 것
그리고 너는, 그날의 사랑은
언제나 저만치, 내 기억의 저만치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
너에게로 가는 길은
언제나 밤이다
별의 물길, 쉼 없이 아가미를 감빡이며
나는 지금 밤하늘의 가장 밝은 부분을
헤엄쳐 가고 있다
별아, 너를 따라가겠다
내 기억이 기억하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그 기억의 저편에서 깊고 환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을
추억이라는 이름의 높은 별자리, 그 속에
가파른 숨의 네가 있으니
열에 들뜬 시월의 그날들이 있으니
하지만 그대여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 이러한 나의 生 또한
이름 모를 어느 별의 희미한 빛으로
쓸쓸히 남으리란 것을, 하지만
결코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을 것
오늘도 나의 창에는
해가 떠도 사라지지 않는
금의 별들만이 반짝인다
나는 지금 추억의 가장 빛나는 한 때를
거슬러 오르는 중이다
시가 이쯤은 돼야 씹든지 삼키든지 할 것 아닌가.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난다고 권하는 것들에는 인정이 묻어 있다.
막걸리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
추억은 레드 와인으로 따라진다고 믿는 한쪽 구석에서 졸졸 물이 흐르는 것이 신기하다.
여기에 샘이 있었다니, 누구 아이디어인지 그거 참 돼지껍데기가 볶아 나오는 것처럼 반갑다.
사랑을 이야기하다 어느 별에서, 깜부기불의 온기가 전신으로 퍼지는 가을밤.
잠깐만 앉았다가 일어나기로 했던 生은 그새 다 잊고서 가을을 쬔다.
별이 가득한 공중으로 내 껍데기들을 태우며 '시가 좋다'라고 울었다.
어떤 여자가 '시발 좋다'라고 들었던지 눈을 흘기고,
차마 예쁜 여자라고 믿기로 했다.
'저 년이!'
시월은 아서라.
발그레진 그 얼굴로 너까지 나서서 일 벌이지 마라.
너는 너 갈 길 가고 나는 나대로 살자.
가실은 다 타고 남은 것들로 짓는 밥 아니었던가.
그 밥, 나눠 먹고 가던 길 마저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