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그녀.
다 늦은 밤에 무슨 일일까요.
찰랑거리는 저 무아지경을 흔쾌히 듣고 있습니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말갛게 그리고 실 같은 직선과 곡선들이 한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선하다.
눈에 보일 듯 선하고 마음이 정갈해는 듯 선 善 하다.
차분하게 기다리고 싶지만 유혹은 그 순간을 즐깁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내가 이끄는 대로.
찬물에 헹구고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착착 드러나는 맑음과 깨끗함이 몸에 감깁니다.
못 들은 척, 아니 아무렇지 않은 척 뉴스를 봅니다.
오늘 밤 뉴스는 하나같이 적적하거나 우울한 표정들입니다.
무엇을 바르는지 코끝을 자극합니다.
저것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사람을 돌아보게 만드는가, 나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사람이 있는 자리는 사람을 본받는지도 모릅니다.
이브닝 크림에도 고소한 향을 섞을 줄 아는 기술이 새롭게 등장했구나.
천연 허브에 일종인가 싶습니다.
언뜻 실루엣이 내 각막 위를 스치고 방금 본 것은 빠알간 것, 적색 赤色.
김훈의 소설 화장 火葬이 연상되는 대목입니다.
죽음을 앞둔 아내의 화장 火葬 그리고 젊은 여직원의 화장 化粧을 회색으로 그렸던 소설.
그 소설은 나를 각성시켰습니다.
소설을 쓰기 전에 먼저 풍장 風葬을 시켰다고 할까요, 안동 간고등어처럼 간잽이한테 몸을 한 번 맡겼다고 할까요.
그의 손끝에서 조리되는 작품에는 칼끝의 서늘함이 남아있습니다.
단순히 서늘한이라는 말로 내게 전해오는 막막함과 한 뼘쯤 베어 나간 자상 刺傷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거의 다 마무리된 듯합니다.
언제나 끝이 중요합니다.
점잖게 목소리가 떨릴지 모르니까 가능한 말은 하지 않기로 하고,
하루 수고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눈동자의 필름을 찬찬히 바꿔 낍니다.
은은하게 불빛이 흐릅니다.
환희에 찬 표정으로 밤의 2부를 맞습니다.
그녀가 눈앞에 다소곳이 놓였습니다.
"비빔국수가 끝내준다."
아이들도 제 방에서 뛰어나와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동안 매워서 그리고 얹힐 것 같아서 먹지 않았던 비빔국수를 먹었습니다.
한 입만 먹어보고 싶어서 따로 뺏어 먹다가 알았습니다.
´이거 걸리지 않는다. ´
제가 생각하기로는 아마, 그러나 거의 확실하게 ´참기름´ 때문인 듯합니다.
고추장을 덜 쓰고 얼마든지 비빔국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거 참 매력적인 맛이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5:17
하지 못했던 일이나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나면 행복할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라, 어째서 우리를 위해 애써서 명령까지 하셨을까 싶습니다.
비빔국수 한 그릇을 전 세계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꿈을 꾸겠습니다.
한날한시에 모두 그렇게 먹는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상 가장 유쾌했던 10분이었다고 먼 훗날 어떤 책에 쓰여있는 말을 꿈꾸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