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88

아침에,

by 강물처럼

핸드폰 도우미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가 속한 세상이 염려되지만 참고 내색 않는다. 애가 어릴 땐 집 현관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자연스레 단절됐는데, 지금은 그 ´바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 아직까지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즐겨 보는 정도 같지만,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 social ´ 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평판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내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먼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지금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 굳이 ´옥상으로 올라와´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니까. 아이가 지금 나와 식사를 하는 중에도 실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으면 피 흘릴지 몰랐다. - 212 p. 가리는 손 中



김애란의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2021년 현재 사람들에게 ´보물´은 무엇일까 생각하니 휴대폰으로 화살표가 가리킵니다.


누구나 필요로 하고 항상 소지하며 가장 먼저 챙기면서 없으면 불안하기까지 하는 것, 그런 게 보물 아닌지요.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 마태오 6:21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는 것과 마음이 있는 곳에 보물이 있는 것을 나눠 살펴보자고 그러면 코미디처럼 들릴 것도 같습니다. 마음 같은 것은 어떻게든 되는 것이지 그걸 또 새삼스럽게 챙기고 말고 할 것 있느냐며 핀잔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써놓고서도 금방 다 잊어버립니다.


오고 가는 현금 속에 싹트는 정이라는 말이 어디 그냥 하는 소리던가요. 눈치 없으면 되는 일도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소설에 나온 저 부분, 애정이 깊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 social ´ 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



핸드폰을 보물처럼 갖고 사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입니다. 그와 똑같이 우리가 보물처럼 여기며 끝까지 놓지 못하는 것들을 바라보는 우리들 엄마의 시선도 함께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대하면서 아이들의 꿈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은 대통령이나 과학자 되겠다는 아이들이 드문 편입니다. 아이들도 직행하고 있다는 거 아시는지요.


돈 많이 벌 거예요, 아니면 유튜버요.


무엇이 됐든 왜 그러고 싶냐고 물으면 돈 많이 벌잖아요, 그러면서 쳐다봅니다.


보물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최소한 보물은 모험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가슴 뛰는 선물이어야 하는데 그 모험심이 멸종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희귀한 감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모험과 도박을 구분하지 못하는 젊은이들.

파도를 이겨낼 줄 모르고서 보물을 찾고자 하는 아이들.


미안하지만 거기에 엄마, 아빠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 불쾌하실 것입니다.


벌써 학교에서나 어디에서든 아이들 관련된 일들이 사무 처리된 지는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매뉴얼대로 대처하고 처리하도록 시스템화 되었으며 그렇게 권장됩니다.


그 밖의 것은 과잉이나 쓸데없는 짓거리가 되어 처치 곤란한 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확실히 과도기적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일생을 다 살고 나면 과도기적 인간상 人間像이란 이런 거라는 레테르가 붙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가면 다른 세계, 다른 공간이 펼쳐질 텐데 그때에도 ´마음´ 같은 이야기나 하고 있을 것인지 물을 것도 같습니다.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종교도 없을 것이고 심리라는 말도 어색할 것이고 또 엄마나 아빠라는 말도, 사랑도 우정도 다들 김이 빠져 밍밍할 것입니다. 거기 최전선에서 우리들의 우리가 되는 것들을 지키는 것이 아무래도 종교나 철학 같은 것들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것들이 우리의 교두보가 되어주길 희망합니다.


보물은?


어디에 있는 무엇입니까.


혹시 찾았거나 봤다면 - 그럴 일이 있을까 싶지만 - 여기에 연락처라도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 마태오 6: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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