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불이 켜지고 한 포털 사이트가 펼쳐집니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옛날에는 발 없는 말이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손끝으로 그리고 눈으로 소식을 확인합니다. 소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류의 지식들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먼저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소식이 눈에 보였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하나의 편지를 쓸 때 주의하는 것이 번짐 현상입니다. 토로라는 말을 따로 이렇게 적어놓으면 갸우뚱거릴 겁니다. 그게 뭐지? 싶은 말.
토로한다고 하면 금방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토로 吐露는 아시다시피 마음에 있는 것을 죄다 드러내어서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불만을 토로했다, 어려움을 토로했다, 와 같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학창 시절에 그 말이 좋았던 듯싶습니다.
그 작은 노트 맨 앞장에 ´吐露´라고 써놓고 친구 한 명과 되지도 않는 시를 몇 편 번갈아 적었습니다. 문예지라든지 동인지 그런 말들이 멋스럽게 보였던 시절이라 우리도 흉내 좀 냈던 것입니다. 그 노트는 어딘가로 사라졌고 토로라고 쓴, 말하자면 권두시가 남았던 거 같은데 찾아본 지 오래되어 그 또한 소재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 포털과 플랫폼은 이 시대를 대변하는 두 개의 시스템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도 어느 공간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그 재미난 유튜브 하나를 봐도 그렇고 젊었을 적에 불렀던 옛날 노래도 거기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토로할 때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면이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고민은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 당사자의 모든 것이 달려있고 집중된 상태입니다. 말이 무거우면 그만 입을 닫기도 하고 그 말을 들어줄 상대를 고르기도 합니다. 신중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부로 말이 다른 식으로 번져가는 것을 경계하고 그러지 못하도록 단속합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 과정이 정반대로 진행됩니다.
시냇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그것을 준비 없는 ´대박´ 같은 것이라고 부릅니다.
정보의 홍수라는 표현도 지금을 적절하게 나타내기에는 부족한지 언젠가부터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정보의 바다, 그쯤은 돼야 느낌이 전달됩니다. 토로는 그나마 운치가 있는 말 같았는데 인터넷 세상은 지식이나 정보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는데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이 쌓여있는 도떼기시장이어서 토로하는 자의 걱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구하는 사람, 물을 퍼가는 사람이 알아서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중독이 됐든 나이가 어리든 무슨 사연이 있든 아무도 개의치 않습니다. 자살도 거기에서 모여서 하고 범죄도 거기서 배우고 욕도 거기에서 더 잘합니다.
고백도 상품이 되고 기도 또한 진열대에 올라가 있습니다.
다 그러는데, 전부 그렇게들 하는데... 그럴 때 제대로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 마태오 6:29
쉬운 말이 절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완벽한 존재에 비춰보는 나 자신 같을 수도 있습니다.
내 부끄러움을 넘어서 죄의식까지 만져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꽃, 하느님의 이름 같은 꽃이 그렇고 노을, 하느님의 표정 같은 노을이 그렇습니다.
뇌과학에서는 생각하는 뇌, 감정을 느끼는 뇌를 찾아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것은 어떤 뇌로 해석하며 어떻게 대처하게 될는지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탄식이 새어 나옵니다. 부모는 그런 것인 줄 또 배웁니다.
어쩐지 내 탓 같아서 미안합니다. ´잘 써´라는 말이 전부입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 마태오 6:27
개인적으로 이런 말도 부담스럽습니다. 종교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저는 무엇을 바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려운 일입니다.
문제는 쌓여가는데 인터넷에 과연 우리가 찾는 답이 있을지요.
어쩌면 우리는 시원 始原을 잊어버린 바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평등하고 넓고 끝없는 바다에서 길 잃은지도 모르고 길을 잃고 사는 것은 아닌가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