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메시지에는 ´엄마´가 보였었나 봅니다.
엄마들이 감동이다며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대단하다는 말부터 반성하게 된다는 말까지 다양했습니다.
궁금하실 것 같아 제가 알고 있는 부분만 말씀드리면, ´그 따님´은 한국예술 종합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도 쓰고 희곡도 쓰는 학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꽃처럼 피어나길 기대하겠습니다. 향기와 색으로, 그리고 존재 자체로 감동이 될 수 있는 작가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한 걸음씩 가고 그 걸음마다 곧고 곱게 딛고 떼는 걸음이 능소화 넝쿨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더위가 한창일 때 담장을 따라 마치 꽃등처럼 환하게 펼쳐진 능소화는 지나가는 사람마저 그림이 되게 합니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양반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여름이 가진 복 아닌가 싶습니다.
´병자 성사´를 받고 심장 판막 수술을 받으러 입원하셨던 어머니도 어제 돌아오셨습니다.
그동안 어머니 집 마당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호박 넝쿨도 여물어져 줄기가 통통하게 올랐습니다. 7월의 태양빛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대거리하듯 기세등등할까요. 영역을 넓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주인이 들어오는 소리는 들었을까 싶습니다. 인기척 없던 마당은 뜨겁고 환했습니다. 화들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무엇인가 방해받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발자국 소리로 채워져야 사람 사는 마당이 됩니다. 물도 뿌리고 풀도 뽑고 빨래도 내다 말리고 사람들이 들며 나며 거기 서서 인사도 나눠야 마당이 됩니다.
신규 확진자도 폭증하는 듯합니다.
코로나 이야기입니다. 아직 백신을 맞지 못했는데 나는 내 위치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인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항암제를 투여받는 친구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걱정하는 줄 아는데 답장을 적을 기운이 없었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또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마당이 우리들 사이에도 있었으면 합니다. 유럽 사람들이 멋스럽게 ´광장´이라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살구나무 하나 정도 심어 놓고 흔한 이야기나 몇 줄 건네기만 해도 좋을 그런 곳 말입니다.
대구 어딘가에서는 신부님이 술을 마시고 도우미 불러달랬다가 창피를 당했습니다.
저도 그래 본 적 있어서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치과에 들렀다가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할 만하니까 그러고 사는 거야. ´
세월을 살아온 만큼 딱 그만큼 인생이 정의되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같은 말을 이렇게도 합니다.
´살 만하니까´ 또는 ´그래도 되니까´
제가 이 나이쯤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하고 싶어도´입니다.
저는 쓰고 싶어도 ´못 쓸´ 때를 기다립니다.
기다린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것도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고 장엄하게 기다릴까 합니다.
기억은 말라가고 기운은 더 떨어질 것이며 허리는 의자에 앉아 있을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입니다.
산에 오르고 싶어도 무릎이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그래도 엄두가 나지 않을 때가 올 것입니다.
어머니를 보고 작은 아버지들을 보고 또 저 자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못할 때가 어느 순간 제 옆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 마태오 11:25
꽃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게 한 걸음입니다.
5년 전 여름, 미소사 마당까지 걸어 오르면서 꽃 이름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추리, 메꽃, 방풍, 질경이, 낭아초, 꿀풀, 그런 이름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 ´있어 보이고´ 싶을 때는 금마타리라는 이름을 불러줍니다. 참 흔한 꽃인데 그 이름은 잘 모릅니다.
갇혔다 와 둘러싸였다는 같은 말인지요.
사람은 생각에 갇혔다고 했던 아인슈타인을 떠올립니다.
예전에 감옥에서 쓴 황대권 씨의 ´야생초 편지´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간간이 사람들이 찾아볼 것입니다.
감옥이야말로 사람을 가둬두는 곳입니다. 거기에서 풀과 꽃을 관찰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도대체 무엇으로 둘러싸였을까요.
여름밤이 무덥습니다.
밤에도 에어컨을 켰다가 끄고, 다시 켜기를 반복합니다.
거실에서 모여 자는 식구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뿐일까 싶습니다.
´감사한 일이다. ´
무엇인가로 둘러싸여야 한다면 이 여름은 얼마나 고역이겠습니까.
둘러싸여서 따뜻하고 둘러싸여도 덥지 않은 것이 무엇일지 눈치채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