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13

아침에,

by 강물처럼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무엇에 대한 설명일까요. 두 글자입니다.


아이들처럼 ´초성´으로 문제를 내면 ´ㄱㅊ´ 입니다.


사전에는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도 나와있습니다.



목표 지향적이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바다의 배들은 하늘의 별을 방향 삼아 나아갔으며 사람들은 본받을 만한 롤 모델을 일찍부터 정해놓고 그 길을 따랐습니다.


몇 백만 불 수출 달성, 세계 몇 위에 빛나는, 드디어 선진국의 대열에..... 등등.


우리의 목표가 되어 부지런히 우리를 격려했던 선전탑들도 이제 빛바랜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하면 된다´


교실 정면에 바른 글씨로 써서 바르게 걸려 있던 급훈은 함부로 대들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은 편할지 모르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란 것을 몰랐습니다.


목표 지향적이었던 시대에도 잘 달리고 잘 쏘고 잘 싸우는 사냥꾼이 최고였습니다.


인간의 수렵 활동은 형태를 바꿔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자조 自嘲 섞인 우스개가 한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세상에서 몇 등으로 살다 온 사람입니까.


묘비석에는 그 등수가 적힐까 차라리 아무것도 세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이들 몇을 앉혀놓고 ´가치´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자가 좋냐, 가난한 것이 좋냐 물었습니다.


무슨 그런 질문이 다 있냐고 되묻는 듯한 표정들.


미안합니다만, 요즘 아이들은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대답합니다.


그나마 아직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보다 안전한 지대에 머물고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은 백 원을 천 원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 정말 드물겠지만 - 만 원처럼 간직하는 사람도 있다.


너한테도 백 원, 나한테도 백 원, 똑같은 돈인데 이렇게 나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나이 든 내가 꺼내놓으니 자세가 반듯해졌습니다.


그게 ´가치´다.


반대로 누군가는 만 원짜리 한 장이 십 원의 가치로밖에 환원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게 ´가치´다.



그런데 이게 좀 신기하고 멋지고 또 위험하면서 대단하다.


가치의 영역은 모든 곳에 적용되고 사람들마저 예외가 없다.


가치를 생략하면 또는 가치가 생략되면 자기 생각이 뻗치는 데로만 집중한다.


그것을 관심이라고도 하는데 자기 관심이 중심이 되고 그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는 순간 사람은 경계가 모호해진다. 왜 그것을 하고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 사람의 목표가 목표의 그 사람이 되는, 사람이 목표의 소유격으로 전락하는 데가 바로 거기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 생각하면서 공부해야 하지 않겠냐.



그다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도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두고 이상한 짓을 하면서 그것이 장난이라고 그러는 의사를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마땅할까 물었습니다.


뻔뻔한 가해자를 변호하는 그리고 변호사를 돈으로 주무르는 힘 있는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너희를 가치 있게 여기는 그 사람이 먼저 너희여야 한다고도 일러줬습니다.


´가치´의 문제는 생각보다 귀중합니다.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마태오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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